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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 등반기술서의 전범(典範)을 다시 만난다
[서평] 세계 등반기술서의 전범(典範)을 다시 만난다
  •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
  • 승인 2018.03.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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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마운티니어링 8판

『등산, 마운티니어링. 산의 자유를 찾아서』는 판을 거듭할수록 더 유명해져 많은 독자들에게 그 진가를 평가 받고 있는 책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이라는 말이 있다. 뛰어난 것은 감출수록 밖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니 책으로 치면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세계 ‘등반기술서의 전범(典範)’이라고 칭송받는 이 책은 1960년 첫 책을 펴낸 이후 지속적으로 증보판을 거듭하며 2010년엔 8판을 펴냈다.

이 책의 진면목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변화하는 등산세계의 시대상황에 알맞게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해 온 것이 이 책이 지닌 가장 뛰어난 장점이기도하다. 

이 책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13개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보아도 진면목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몇몇 등반기술서가 이 책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이 책은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2006년으로, 『마운티니어링, 산의 자유를 찾아서』 라는 제목으로 7판이 발간되어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바 있다. 

이번 출간된 책은 2010년에 발간된 8판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8판은 마운티니어링 발간 50주년 기념판이라는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 

책 한 권을 가지고 반세기 동안 그 내용을 보완하고 시대성에 알맞게 새로운 등산기술과 지식을 채워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중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개정 8판에서는 인공등반 기술, 체력단련, 조난현장에서의 자력탈출, 빙벽등반에 관한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대폭 추가 되었으며, 삽화 및 내용설명이 새롭게 덧붙었다.

비교적 최신장비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들도 소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부분은 40명 이상의 분야별 등반전문가 그룹이 참여하여 집필했다는 점이다.

개정 8판은 기존의 7판의 기본구성과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새로운 정보를 추가했으며 삭제된 내용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역자의 말에 의하면 7판에 비해 문장 곳곳에 미묘하게 수정된 부분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등반용어들은 기존의 7판을 기준으로 했으며, 미주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는 외래어는 원문 그대로 채택했다.

감수자들은 등반기술에 대한 설명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노력했으며, 등산용어의 통일에도 중점을 두고 감수했다.

몇 년에 걸쳐 이 책의 7판과 8판 번역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정광식씨. 

그는 이 책의 출간으로 또 한 번의 바보가 되었다. 7판 번역 역자 후기에서 그는 “난 참 바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 권의 책을 내고는 다시는 책 같은 건 쓰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몇 년에 걸쳐 뼈를 깎는 노고를 투자하는 번역작업은 바보 멍청이나 하는 일이라고 자조(自嘲) 섞인 투정을 하던 그가 8판 번역으로 또 한 번의 바보가 됐으니 말이다.

지금 그는 만리타국 네팔의 하늘 아래서 바보짓거리의 결과물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용대(설상, 빙벽등반), 조대행(비상사태의 예방과 대응), 이종범(산의 지질학), 정호진(암벽등반, 비상사태의 예방과 대응) 권오웅(산의 환경, 기상) 손정준(등산을 위한 체력단련), 원종민(등반의 기초), 정승권(암벽 및 대 암벽등반, 설상, 빙벽, 고산등반), 남정권(야외활동의 기초.,길 찾기), 이영준(야외활동의 기초) 등 10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감수를 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은 이 책을 두고 한 말 같다. 

재판을 거듭할수록 더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자 짐 휘태커는 이 책을 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만약 산을 오르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읽으시오. 다시 읽으면, 당신은 분명 제대로 내려오는 법도 알게 될 것이오”라고.

세계정상급 빙벽등반가 윌 가드는 “산이 나의 교회라면, 이 책은 나의 성경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 책의 첫판(7판)이 발간된 지 11년이 지났다. 이제 한국독자들은 뒤늦게나마 8판의 새로운 등산지식과 만나는 경사를 누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