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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유스올림픽 출전하는 엄성민…“후회 없는 경기 펼치고 싶습니다”
2018 유스올림픽 출전하는 엄성민…“후회 없는 경기 펼치고 싶습니다”
  • 곽정혜 기자
  • 승인 2018.04.17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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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6학년 때 인공암벽 처음 접하고 클라이밍 시작
- 오는 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유스올림픽 참가
-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에 출전하는 유일한 대한민국 선수

엄성민 | 스포츠클라이밍 유소년 국가대표

"열심히 준비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어요."

 

열세 살 소년의 눈에 비친 인공암벽은 동화 속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난생 처음 보는 구조물과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벽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사람들. 환희와 열정으로 범벅된 그 모습에 이끌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스르르 다가가 잡아보았던 홀드는 마치 동굴 속에서 튀어나온 토끼처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소년을 이끌고 갔다. 매일매일 꿈을 꾸는 듯 클라이밍에만 몰두하는 사이 소년의 이름 앞에는 꿈나무’ ‘기대주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고, 오를 수 있는 벽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조금씩 커져갈수록 그가 올라서는 시상대의 높이도 점점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또렷이 아로새겨졌다. 이제 반년 후면, 그는 그 마크를 달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가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또래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 자신의 말처럼, 단 한 순간의 후회도 남기지 않기 위해, 소년은 오늘도 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꽃 피는 4월의 봄날 치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 날, 인천 디스커버리 클라임스퀘어 ICN에서 훈련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충남 아산에서 나고 자란 엄성민(18, 한양공고 3학년)이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무렵으로,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신정호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인공암벽을 보고서부터다. 부모님께 클라이밍을 해보고 싶다고 하자 선뜻 허락해주셨고, 홀드를 잡고 땅에서 첫발을 떼는 순간 그는 이미 클라이밍에 흠뻑 빠져버렸다. 이후 그는 아산클라이밍 소속 회원들과 함께 실내암벽을 즐기며 선운산, 간현암의 어려운 루트들을 하나둘 섭렵해나갔고,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박복남 당시 충남 스포츠클라이밍연합회장의 권유와 지도를 받아 이듬해부터는 각종 클라이밍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 처음으로 나간 부산광역시장배 전국대회에서 남자 유스B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중등부 대회에서 상위권, 일반부에서도 10위권 내에 드는 좋은 성적을 냈다. 이듬해, 또 그 이듬해에는 실력이 더 늘어 중등부에서는 이미 적수가 별로 없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땐 본격적으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서의 행보를 걷기 위해 클라이밍 명문이라 불리는 한양공업고등학교로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서울로 전학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땐 이모 댁에서 함께 지내면서 학교도 다니고 암장으로 운동도 하러 다녔어요. 지금은 독립해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고요. 아침에 일찍 나와 학교에 갔다가, 오후엔 운동을 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요. 집은 거의 잠만 자는 장소죠. 처음 몇 달간은 혼자 지내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운동하는 열아홉 소년 중에 제 손으로 밥을 지어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먹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또한 집에서 밥을 해먹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고, 거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는 해맑게 웃으며 떡볶이를 꼽았다.

요즘은 암장을 한 군데만 다니는 게 아니라, 리드(Lead)/볼더링(Bouldering)/스피드(Speed)에 각각 특화된 곳을 찾아서 여러 군데를 다녀요. 그래서인지 늘 바쁜 것 같아요. 이곳 ICN 같은 경우, 시설은 훌륭한데 집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오고, 그때마다 이틀씩 운동해요. 첫날엔 스피드부터 하고 나서 리드 훈련을 하고, 다음날엔 볼더링만 하루 종일 해요. 요즘은 볼더링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올해 개최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 그리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주종목에 선정된 스포츠클라이밍은 리드/볼더링/스피드 세 종목 모두 경기를 한 뒤 점수를 합산한 결과로 순위를 매기는 컴바인(combine)’ 형식으로 대회가 치러진다. 그 말인즉, 어느 한 종목에만 치중해서도, 어느 한 종목이 취약해서도 안 되고, 골고루 다 잘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저도 원래 리드가 주종목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천종원(한양공고 졸업, 현 아디다스 클라이밍팀 소속, 2017 볼더링 세계랭킹 1) 선배의 권유로 볼더링을 같이 하게 됐어요. 지금껏 수많은 대회에 출전했는데, 2017년 전국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에서 볼더링 부문 3위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게는, 이를테면 터닝포인트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이었으니까요. 반면 스피드는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감이 안 잡혀요. 그래서 지난달엔 부산에 내려가 채성준 선배님께 기술도 배우고 조언을 많이 듣고 왔어요.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 더 분발해야지요.”

그저 벽을 오르는 게 좋고, 대회에 나가 또래들과 겨루는 게 즐겁기만 하던 소년에게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의 무게가, 꿈과 희망 그리고 경험이라는 달콤한 말의 무게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 구체화된 정보라던가 국가와 연맹 차원의 훈련지원 계획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는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열심히 홀드를 잡는 일밖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유스올림픽에 나가게 돼서 스스로도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단지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란 걸 증명해보이고 싶어요.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훈련해서, 매 순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듯, 신중하고 또 진중한 어조로 한 음절 한 음절 힘주어 다짐을 말하는 그에게서, 인터뷰 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수줍게 이야기하던, 클라이밍 밖에 모르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볼더링 벽 앞에서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는 그의 등 뒤로 여린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퍼드덕 퍼드덕. 더 크고 넓은 세상을 향한 그의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엄성민

2000년생

한양공업고등학교 3학년

 

<수상 경력>

2013 26회 부산광역시장배 대회 남자 유스B 1

2014 5회 고미영컵 청소년대회 남자 중등부 3

27회 부산광역시장배 대회 남자 유스B 1

2015 11회 대구광역시장배 대회 남자 중등부 1

18회 서울시장기 대회 남자 중등부 1

아시아 청소년대회(말레이시아) 남자 유스B 2

2016 19회 서울시장기 대회 남자 고등부 1

2017 37화 전국 선수권대회 볼더링 3

8회 고미영컵 청소년대회 컴바인 3

아시아 청소년대회(싱가포르) 컴바인 8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인스부르크) 컴바인 16

2018 IFSC 아시안컵 볼더링대회(홍콩) 일반부 18

 

<등반 경력>

선운산 - 탄생업버전(5.13c) 완등,

베스트오브베스트(5.13b) 완등

스피드(5.13a) 플래싱, 퍼즐(5.12b) 온사이트

간현암 - Ys(5.12b), 물결(5.12a), 허니문(5.11a) 외 다수 완등

스페인 - Aquiles(5.13a), El Delfin(5.13a), Coliseum(5.13b) 완등

미국 - Transworld depravity(5.14a) 완등, Bohica(5.13b) 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