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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쿠쿠츠카의 마지막 자필 사인 찾았다
예지 쿠쿠츠카의 마지막 자필 사인 찾았다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06.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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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로체 남벽에서 추락사한 히말라야 14봉의 전설

당시 에베레스트 서릉 원정대에서 받아 보관하고 있어

 

폴란드의 전설적인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사진, Jerzy Kukuczk, 1948-1989)가 남긴 마지막 사인과 그의 사고 당시 정황을 알리는 편지가 공개됐다. 예지 쿠쿠츠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히말라야 8천 미터급 14봉을 등정한 산악인으로, 1980년대 당시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의 14봉 등정과 함께 세계 미디어의 눈이 쏠리며 ‘등정 레이스’로 보도되었던 주인공이다.

1979년 로체(8516m)를 무산소 등정하며 14봉의 목표를 향해 달렸던 쿠쿠츠카는 4회의 동계 초등정과 10회의 신루트 등정 끝에 1987년 시샤팡마를 끝으로 14봉 등정에 성공했다. 그는 폴란드가 낳은 천재 산악인으로 불리며 히말라야 동계등반의 문을 연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이후에도 ‘21세기의 등반과제’로 불리던 로체 남벽을 시도하다 정상부근에서 추락해 로프가 끊어지며 사망했다.

1989년 쿠쿠츠카의 로체 남벽 원정대가 보낸 엽서와 편지. 빨간 원 안이 쿠쿠츠카의 사인이다.
1989년 쿠쿠츠카의 로체 남벽 원정대가 보낸 엽서와 편지. 빨간 원 안이 쿠쿠츠카의 사인이다.

이번에 공개된 엽서는 1989년 쿠쿠츠카를 대장으로 폴란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대원 10명으로 구성된 로체 남벽 원정대가 같은 시기 에베레스트 서릉을 등반하고 있던 한국 원정대(대장 이석우)에게 메일러너를 통해 보낸 것으로, 엽서와 함께 부대장 리샤르트 와레츠키 명의의 편지가 함께 들어있으며 당시 원정대원이었던 최진희(에코클럽) 씨와 강성우(한국산악회) 씨가 보관하고 있다 본보에 제보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의 두 멤버인 쿠쿠츠카와 파울로스키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그들은 어제(10월 24일) 로체를 등정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웨스턴쿰을 거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내려갈 것이다. 우리는 어제부터 그들과 계속 무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들의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다. 한국 팀이 로체나 아이스 폴에서 그들을 보게 되면 연락해 달라. 우리의 무전기 주파수는 145.00이다. 로체 베이스캠프에서 1989년 10월 25일.”

엘리자베스 홀리의 기록에 따르면 쿠쿠츠카는 10월 21일 7800미터 지점의 6캠프를 떠나 리샤르트 파울로스키와 둘이서 정상 공격을 시도했다. 22일에는 7900미터 지점에서, 23일에는 8300미터 지점에서 비박했으며 24일 아침 정상을 약 160미터 남겨둔 8350미터 지점을 선등 중 발 디딤이 무너지며 추락했는데, 그를 지탱하던 7밀리미터 로프가 끊어지며 그대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사고와 함께 무전기는 날아가 버렸고, 확보 중이던 파울로스키는 곧바로 하강을 시작해 중간에 비박 끝에 26일 5캠프에서 올라오던 다른 대원들과 만났다. 쿠쿠츠카의 시신은 같은 날 5300미터 지점 크레바스에서 발견되었으며 아직 거기에 남아있다.

즉 이 편지는 이미 쿠쿠츠카가 사고를 당하고 난 뒤에 하루 동안 소식이 끊겨 초초하게 기다리던 대원들이 작성했던 것이다.

강성우 씨는 “당시 메일 러너가 들고 왔던 편지를 읽고 구두로 알겠다는 대답만을 해주었다. 등반 전 카트만두에서 쿠쿠츠카가 원정경비 마련을 위해 가지고 온 폴란드산 우모복을 사 입은 인연이 있었는데 그가 추락사했다는 이야기는 등반이 끝나고 돌아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엽서와 편지는 이번에 국립산악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유물구입에 출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