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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히말라야 알파인스타일
[북 리뷰] 히말라야 알파인스타일
  •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
  • 승인 2018.06.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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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베너블스는 한국산악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알파인클럽 회장을 지낸 영국의 대표적인 등반가이며 지금까지 13권의 저서를 펴냈다. 보드먼-태스커 상과 밴프 산악도서전에서 두 번 수상을 한 바 있으며, 이번에 국내서 발간된 『히말라야 알파인 스타일』은 1996년 밴프 산악도서전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베너블스가 세계적인 등반가로 평가받는 업적은 1988년 거대한 에베레스트 캉슝벽(동벽)을 산소와 셰르파 도움 없이 단독으로 정상을 밟은 등정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캉슝 페이스로 불리는 에베레스트 동벽은 이 산에서 가장 크고 위험한 거벽이다. 1983년 미국대에 의해 초등된 이후(동벽 중앙 립, 동벽-남동릉) 재등이 허락되지 않을 만큼 악명 높은 벽이다.

그가 이곳의 루트 초등을 계획하고 있을 때 에베레스트 초등대의 대장이었던 존 헌트는 “단지 네 사람이 그곳을 등반하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불가능이 그의 모험심을 자극했다. 등정확률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결국 그는 악전고투 끝에 발가락 네 개를 잃는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성공한다.

무산소, 무셰르파로 에베레스트에 신루트를 연 그는 하산 중 8600미터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채 비박을 감행하면서 가장 큰 산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거벽등정이라는 모험을 성공시킨다. 이후 그는 8000미터와 결별한다.

지난 6월 10일 우이동 소재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강당에서 ‘에베레스트 그리고 그 너머’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여 많은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마치 무대에서 열연하는 배우와 같은 몸짓을 연출하면서 열강을 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인 산악잡지 기고와 영국의 BBC방송매체에 출연하며 쌓아온 내공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의 저서가 한국독자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2007년에 발간된 『세계의 명산 위대한 등정』(호경필 번역, 예담)이 최초다.

이번에 그의 방한과 함께 발간된 『히말라야 알파인 스타일(Himalaya Alpine-Style)』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실상 이 책은 ‘히말라야 알파인 등반의 바이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책이 출간된 1995년 이후 히말라야 특히 티베트 지역에서 특별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주로 기술적인 난이도와 경사를 가진 눈부신 루트들을 통해 100회가 넘는 초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날 최고의 히말라야 등반가들은 25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루트들 중 상당수가 여러 번 재등반 되었는데, 때때로 그런 루트들이 훨씬 빠른 속도와 더 ‘순수한’ 방식으로 완성되어가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1982년 알렉스 매킨타이어, 로저백스터 존스, 더그 스콧 등 세 사람이 세계 13위 고봉인 시샤팡마(8046m)의 2500m미답벽인 남서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4일분의 식량과 침낭, 텐트, 스토브, 로프와 암벽장비를 메고 벽에서 3일간 비박을 한 끝에 정상에 올랐고 다음날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이것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알파인스타일 등반이었다. 이들은 히말라야의 벽을 유럽 알프스의 정통적인 등반방식으로 올랐으며 베이스캠프 출발이후 땅과 접촉하지 않고 중간 캠프, 고정 로프, 산소 용구 도움없이 자급자족하며 등반을 완성했다.

더그 스콧 팀이 13일에 걸쳐서 올랐던 쉬블링(6543m)의 엄청난 동릉을 1996년에 마크 리치와 존 버처드는 단 5일 만에 해치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초등 된지 65년이 된 산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싶어 하는 장소중의 하나로 이 산의 정상을 꼽는다. 심지어는 피크 수집가들(이 책에서는 Peak baggers로 표현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피크 사냥꾼 Peak Hunter으로 쓰인다.)을 멸시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산의 위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새로운 방식의 등반 선을 남기려고 한다. 히말라야 극한 등반의 주창자로 불리는 에라르 로레탕과 장 트로이에는 1986년 에베레스트 북쪽 롱북 빙하의 전진 캠프(5850m)를 떠난 지 불과 이틀 만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갔다가 돌아온다. 그들의 하산과정은 경탄 그 자체였다. 벽 전체를 시팅그리세이드로 5시간 만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등반에서 로프, 텐트, 하네스 조차 휴대하지 않았으며 가벼운 침낭과 최소한의 식량만가지고 등반했고 7800m 지점부터는 아예 배낭마저 벗어던진 채 벌거숭이가 되어 정상에 올랐다. 이 두 사람의 등반은 몇 안 되는 순수한 알파인 스타일 중의 하나로 메스너의 단독등반에 필적할만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3000m에 이르는 안나푸르나 남벽은 알파인스타일을 추구하는 등반가들에게 매력적인 목표가 되고 있는 대장벽이다. 자이언트 봉 신루트등반은 1970년대에 영국대가 남벽등반에 성공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남벽에 개척된 3개 루트는 모두가 훌륭한 등반선을 자랑하지만 누구도 그곳에서 낙석의 위험을 극복하며 알파인스타일 등반을 시도한 적이 없다. 1982년 알렉스 매킨타이어가 알파인 스타일로 이벽을 오르다가 낙석으로 사망했다. 그의 목표는 폴란드 루트의 오른편을 우회하는 경사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 스타일대로 최소의 장비만 메고 등반했으나 하강 중 낙석에 맞아 사망한다.

1984년 고인의 동료였던 닐 보이가스와 엔크리 루카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루트완성을 결심하고 6일 만에 정상에 올랐다. 난이도 V+/A2 빙벽경사 80도에 이르는 극도로 험한 등반이었다. 이들은 5번의 비박 끝에 정상에 선 다음 하루 만에 이 벽을 하강하며 매순간 뛰어난 기량과 기술로 등반을 매듭지었다. 이들의 등반은 알파인스타일에서만 행할 수 있는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보여준 등반 선을 만들었다. 이처럼 탁월한 등반은 거벽에서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알피니즘을 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후 이 산은 대원정의 범주에서 벗어났다.

6월 10일 열린 스티븐 베너블스 강연회에서. 스티븐과 김영도 77에베레스트 원정대장, 필자.
6월 10일 열린 스티븐 베너블스 강연회에서. 스티븐과 김영도 77에베레스트 원정대장, 필자.

이 책에서는 파키스탄, 인도, 네팔과 티베트 등 4개 지역 40개 산에서 이루어진 기술적인 어려움과 경사를 가진 루트에서 100회에 이르는 알파인 스타일의 초등기록이 담겨져 있다.

등반대상지의 다변화와 등반 스타일의 문제가 이 책을 통해서 여러 산악인들에게 알려지고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40개 산 중에서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발길이 미친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알파인스타일 대상지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파키스탄, 인도, 네팔, 티베트 등지에 위치한 작고 어려운 덜 유명한 낮선 산들을 알파인 스타일로 오른 이야기와 흥미로운 등반역사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에서 팩트 중심의 등반역사를 읽다보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일화도 소개되고 있다. 1936년 영미 합동대가 경량의 방식으로 셰르파나 고정로프 사용 없이 초등을 이룩한 난다데비(7816m)는 인도 전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히말라야 여러 봉우리들 중 그 모습이 가장 위풍당당한 산이다. 1950년 안나푸르나가 초등되기 전까지는 16년 동안 인간이 오른 최고봉의 지위를 누린 산이다. 1951년 인도-프랑스 합동대의 대원 로저 듀플라와 길베르 뷔뉴는 주봉으로 연결된 능선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둘의 흔적은 사라졌다. 말로리와 어빈이 1924년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졌던 것처럼 그 둘 역시 연기처럼 자취를 감췄다. 듀플라는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애송하는 ‘그 어느 날’이란 유명한 시를 쓴 프랑스 산악인이다.

-그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

오랜 산 벗인 너에게 ​

......

이 말을 남기는 것은-이라는 시의 내용처럼 그는 경관이 아름다운 난다데비에서 불귀의 객이 된다.

이 책은 파키스탄 지역의 16개 산과 인도지역의 10개 산 네팔과 티베트지역의 14개 산에서 이루어진 알파인등반 대상지에 대한 정보와 각 산의 등반역사, 고도, 위치, 루트, 산의 초등, 루트 초등, 등반시즌, 등반 성공률과 참고문헌 등의 정보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에겐 처음 접해보는 낮선 이름의 산들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디란(Diran 7266m), 쿠냥츠히시(Kunyang Kish 7852m), 라톡 3봉(Latok III 6949m), 울리비아호 타워(Uli Biaho Tower 6109m), 드리피카(Drifika 6447m), 리모 1봉(Rimo I. 7385m), 눈(Nun7135m), 키시트와르 쉬블링(Kishtwar Shivling 6040m), 다람수라-팝수라dharamsura-papsura 6446m, 6451m), 판치출리 2봉(Panch chuliII 6904m) 신구출리(Singu chuli 6501m). 꽁데로(Kwande Lho 6187m) 등이 그렇다.

이 산들 중 드리피카는 2005년 코오롱등산학교 차라쿠사 원정대에 의해 국내에서 첫 진출을 하였으며 일본대에 뒤이어 세계 2등을 기록한 산이다. 이 책에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차라쿠사 지역에는 K7(6973m), K6(7281m), 링크사르(7041m), 카푸라(6544m) 나세르피크 등 6-7000m급의 낮지만 난이도 높은 등반대상지가 상당수 포진해있다.

이 책은 이런 낮선 산들에 대해 유익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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