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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떻게 살아가며 어떻게 오를 것인가
[서평] 어떻게 살아가며 어떻게 오를 것인가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06.2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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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알파인스타일에 대한 생각

 

모든 사람은 살아가며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사는가. 이것은 산을 오르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한다. ‘왜’라는 질문은 이미 ‘나’의 존재 이후에 생겨난 것이므로 절대로 대답할 수 없는 선형적 인과율의 모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924년 조지 맬러리의 ‘산이 거기 있기에’라는 대답은 그래서 우문에 현답이다. 산은 이미 ‘왜’의 질문을 넘어 ‘나’의 존재 이전부터 거기에 그렇게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며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택한다. 바로 ‘어떻게’라는 질문이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산에 어떻게 오를 것인가.

『히말라야 알파인스타일』은 단순히 세계의 높고 험한 산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희박한 공기와 눈사태, 추락, 또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숱한 산악인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며 오른 ‘어떻게’에 관한 삶의 기록이며 그것엔 영웅담을 넘어선 인간 의지의 발현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장 인기 있는 봉우리 중 일부는 사실상 기업조합을 운영하는 가이드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K2의 아브루치릉은 고정로프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마다블람의 남동릉도 상황이 다르지 않아 이제 보통의 원정대들이 그곳에서 ‘진정한 알파인스타일’로 등반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에베레스트는 어떠한가요? 노스 콜과 사우스 콜을 통한 ‘노멀 루트’는 현재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고객들로 하여금 산을 오르내리게 하기 위해 상업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사꾼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 생각에 그것들은 진정한 등산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말은 우리가 산 아래에서 살아가는 다른 삶에서도 똑같이 적용해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봉우리’를 ‘학교’ ‘취직’ ‘아파트’ ‘자동차’ ‘결혼’ 등으로 바꾸어보아도 별로 어색할 것이 없다. 우리는 태어나 삶을 살아가며 이러한 목표들을 향해 오르지만 이미 거대한 자본주의의 그늘에 덮인 세상은 어느 곳도, 그곳이 눈 덮인 설산이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250년 전 사람들이 처음 알프스를 오르던 것처럼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히말라야를 오르는 일과 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의 방법은 다른 대부분의 이들이 살아가고, 오르는 방식과 다르게 빛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소중한 식량이 될 양 한 마리를 등에 지고
울리 비아호 타워로 가는
외줄다리를 건너고 있는 존 로스켈리.

 

저자는 또 한 가지를 지적하며 한편으로 이 책은 어떤 사조를 전파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못 박는다. 역사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 예를 들면 ‘알파인스타일’이라는 등반방식이 마치 최신 패션쇼 런웨이에 오른 시대의 트렌드라서 모두가 그 유행을 좆아야한다는 편견이다. 백년도 전인 1895년 처음 히말라야를 찾았던 머메리는 낭가파르바트(8125m)의 디아미르 벽에서 알파인스타일 등반을 시도했고, 1933년 노엘 오델과 빌 틸먼은 에베레스트가 초등되기 훨씬 이전 가장 완벽한 알파인스타일로 난다데비(7816m)를 올랐다. 다만 당시에는 ‘알파인스타일’이라는 말을 누구도 쓰지 않았을 뿐이다.

산을 오르는 일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우리 산악계는,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의 문제보다 그 결과만을 들여다보아왔고 그건 여전히 현재에도 그렇다. 그래서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마치 시장판의 차력사를 보는 양, 누가 더 힘이 센가에 내기를 거는 관중과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는 살아온 것이 아닌가.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히말라야가 단지 등반만 하는 곳을 넘어 그 이상의 장소로 만들어 주는 거대하고 다양한 경험의 산물’이라는 영감을 받기를 바란다. 산악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장엄한 히말라야 산맥은 지속적인 만족감으로 등반가들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러나 등반대가 그 산의 루트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멋진 나라를 여행하고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모든 드라마, 좌절, 즐거움 그리고 흥분이 먼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한국의 독자들에게

하지만 저자의 이런 말은 지금도 낡은 배낭을 메고 스스로에겐 미지의 그 산을 향하는 누군가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소수의 그들은 왜 산에 가는지에 대한 대답을 “산에 오름으로써 그 이유를 찾으려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