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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늘] 헤르만 불의 낭가파르바트 초등정
[어제의 오늘] 헤르만 불의 낭가파르바트 초등정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07.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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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3일 오후 7시, 무산소 단독으로 오르고 살아 내려와
하늘에서 본 낭가 파르바트. photo www.flickr.com
하늘에서 본 낭가 파르바트. photo www.flickr.com

1953년 6월 30일, 낭가파르바트(8125m) 3캠프에 머물던 대원 4명에게는 더 이상의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하라는 명령이 전해졌다. 하지만 대장인 카를 헤를리히코퍼의 명령은 넘치는 혈기를 주체할 수 없었던 대원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대원들은 다음 날 4캠프로 올라갔고, 이중 헤르만 불과 오토 캠프터는 7월 2일 5캠프(6900m)까지 진출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이 지나고 7월 3일 새벽 2시, 두 사람은 정상을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 캠프터는 ‘실버 새들(7400m)’에서 하산을 결정했지만 불은 달랐다. 등정에 필요 없는 모든 장비를 버리고 손과 무릎으로 기어 정상을 향해 움직였던 그는 17시간 만인 오후 7시 ‘산들의 왕’ 낭가파르바트에 올랐다.

에베레스트 초등 이후 한 달 보름 만에 또 다시 8000미터 봉우리의 정상에 인류가 선 것이다. 더군다나 혼자서 산소도 쓰지 않고.

하지만 하산은 더욱 혹독했다. 이미 해가 져버린 상황에서 어둠 속을 더듬으며 내려오던 헤르만 불은 신고 있던 크램폰 한짝마저 잃어버리고 결국 8000미터에서 홀로 비박을 결정했다. 침낭도, 텐트도 없이 입고 있던 얇은 두 겹의 옷에 의지한 채 그 자리에 서서 바위 벼랑을 손으로 붙잡고 죽음과도 같은 밤을 보낸 헤르만 불은 결국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 지 41시간 만에 5캠프로 돌아왔으며 스물 아홉 청년의 얼굴은 60대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낭가 파르바트에 오른 후 노인의 모습을 하고 내려온 헤르만 불.
낭가 파르바트에 오른 후 노인의 모습을 하고 내려온 헤르만 불.

헤르만 불의 등반은 1895년 알버트 프레드릭 머메리가 처음 시도한 이후 이 산에서 사라져간 31명의 죽음 끝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는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에서 “지금 나는 여기에 인간으로서 처음 서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1957년 쿠르트 디엠베르거와 함께 브로드피크(8048m)를 올라 인류 최초로 8000미터급 2개봉 초등자가 된 헤르만 불은 이 등반 뒤 초골리사(7665m)에서 하산 중 커니스가 무너지며 마지막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