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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①
마시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①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07.13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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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음주금지법’ 어떻게 흘러왔나

2012년 환경부 ‘제2차 자연공원기본계획’에서 시작

19대 국회 배기운 의원 발의했지만 환노위 소위에서 보류

지난해 12월 12일 자연공원법 개정과 올해 3월 13일 시행령 발효로 국립공원 대피소와 정상부 탐방로 등 지정구간에서 음주가 금지되며 9월 12일부터는 실제 단속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도립, 군립공원에서도 차례로 금주 구역을 지정하며 자연공원법의 규제를 받는, 사실상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전국의 거의 모든 산에서 음주가 금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도 음주규제에 대해 찬반은 엇갈리고 있다. 이 정책이 어떤 과정으로 흘러왔는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3회에 걸쳐 연재된다.

처음 ‘금주(禁酒)’라는 말이 등장한 건 2012년 환경부에서 작성한 제2차 자연공원기본계획(2013~2022)에서부터였다.

주요 정책과제 중 5대 추진전략의 하나인 ‘탐방 및 휴양 서비스 제고’ 항목에 ‘안전하고 건전한 탐방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금주확산’을 목표로 삼고 ‘주민 거주지역을 제외한 일정지역을 금주구역으로 지정관리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건전한 탐방문화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계획에 따르면 ‘자연공원법 개정(13~)을 통해 금주지역을 지정하고 계도(1년 이내)기간 종료 후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2012년 작성한 제2차 자연공원기본계획(2013~2022)

2012년 10월 29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이 내용이 확정 발표되자 당연히 반발이 나왔다.

이 내용을 처음 다루었던 경향신문은 ‘국립공원 음주 과태료 추진에 과잉규제 반발’이라는 기사에서 각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식사하는 과정에서 반주로 한두 잔 하는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너무하다”(등산동호인) “국립공원에서 추태를 부릴 정도의 과도한 음주행위는 별로 없고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도 많지 않은 편”(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 “국민의 ‘마실 권리’를 침해하는 과잉규제이나 국민의 자율성이나 자유의지를 존중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국가가 책임져준다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후견주의적 국가관에서 나온 규제”(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반응을 실었다.

배기운 전 국회의원. 사진 배기운 블로그
배기운 전 국회의원. 사진 배기운 블로그

 

하지만 환경부의 계획대로 법안은 발의되었다. 음주금지를 처음 발의한 건 2012년 8월 배기운 의원(사진, 민주통합당, 전남 나주 화순)이었다. 당시 제안이유는 ‘자연공원에서 음주행위를 하는 경우 소음이 발생하여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오물 등으로 인하여 자연공원 내 자연이 훼손됨에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음’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노동위 한공식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는 ‘지정된 장소 밖’이라는 문안에 대해 이 경우 ‘음주가 가능한 지역’을 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음주 금지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었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국립공원 내 사망자 67명 중 음주가 원인인 경우가 5명(7.4%), 부상자 1316명 중 15명(1.1%)라며 이 법안이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음주를 이미 한 상태에서 음주 금지구역을 통과할 때에도 안전사고 등 개정안의 제안 이유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단속이 불가능하므로 법안의 실효성을 고려해야한다고도 했다.

 

꽤 합리적인 지적이었지만 실상 국회에서 이야기된 내용들은 본질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329회 정기국회 중인 2014년 11월 25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꼼꼼히 읽어보자.

이 회의에는 권성동(새누리당, 강릉, 이하 당시 직책) 김용남(새누리당, 수원팔달) 민현주(새누리당, 비례대표) 심상정(통합진보당, 고양덕양갑) 우원식(민주통합당, 서울노원을) 이인영(민주통합당, 서울구로갑) 장하나(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최봉홍(새누리당, 비례대표) 등 국회의원 8명과 환경부 정연만 차관 등이 참석했었다.

하지만 정작 법안 대표발의자인 배기운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2014년 6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소위원장 권성동 음주지역과 음주금지지역을 누가 지정을 합니까?

◯환경부차관 정연만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하게 됩니다. 관리청이……

◯우원식 위원 무슨 차이가 있어요?

◯소위원장 권성동 아니지, 자연공원은 국립공원도 있고……

◯수석전문위원 한공식 도립공원은 지자체에서……

◯소위원장 권성동 도립공원도 있고 시․군 공원도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국립공원은 모르지만 도립공원 같은 경우에, 특히 우리 강릉 같은 경우에 경포도립공원이 있거든요. 그 바다가, 백사장이 전부 도립공원이에요. 그런데 이거를 어느 지역은 음주가 허용되고 어느 지역은 음주가 금지되면 같은 백사장인데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을 하거든요. 저는 여기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음주 행위를 전면 금지했을 경우에 우선 관광객들이 안 옵니다. 관광객들이 안 오고, 그것이 그 지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매출에. 특히 산은 모르겠는데 바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안 오거든요. 거의 청년들, 젊은이들이 오고. 그리고 해방구예요, 일종의. 휴가 기간에 와 가지고 술도 먹고 밤새 놀기도 하고 이런 걸 하러 거기에 오는데……

◯우원식 위원 거기는 술 먹는 데를 넓게 정하면 되지. 백사장에서는 다 된다……

◯소위원장 권성동 그런데 정하는 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게 아직 시기상조이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용남 위원 아니, 그런데 개정안은 술 먹는 데를 정하고 그 장소 외의 음주에 대해서 과태료를 매기자는 건데, 수정안은 지금 술을 못 먹는 장소를 정하자는 거잖아요?

◯환경부차관 정연만 그렇지요. 나머지는 먹어도 되고요.

◯김용남 위원 그런데 백사장 전체를 지정할 도지사는 없을 것 같고 주로 대피소나 이런 곳을 음주 금지 장소로 지정해서 거기에서 음주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과태료를 매기는……

◯소위원장 권성동 백사장에서도 먹고 백사장 뒤의 송림에서도 술을 먹고 또 호숫가에서도 술을 먹고 그래 해야지 사람이 온다니까요.

◯우원식 위원 아무 데서나 술 먹자고?

◯소위원장 권성동 아무 데서 술 먹어야지.

◯김용남 위원 그러니까 거기는 음주 금지 장소로 지정이 안 되겠지요.

◯소위원장 권성동 무슨 자연공원에서 음주까지 금지하고 과태료까지 매기고……

단속요원도 있지도 않아요, 수도 없이 오는데. 그러면 같은 관광객끼리, 술 먹기를 원하는 사람하고 술 안 먹기를 원하는 사람끼리 분쟁이 생기고 싸움이 생긴다니까.

(중략)

◯이인영 위원 이 법에 의하면 정상주 같은 게 없어지는 거예요?

◯김용남 위원 아니지요. 거기를 금지 장소로 지정을 해야 못 먹는 거지……

◯환경부차관 정연만 그렇습니다.

위원님, 이렇게 보시면 되는 게요. 음주 때문에, 특히 바위 암벽 같은 것 술 드시고 올라가서 추락사를 하니까 언론에 지적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역은 금지하자 해서……

해안 같은 경우 사실 모래사장을 금지시키기는 불가능합니다. 단지 문제는 낚시를 하러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러면 섬 지역 같은 경우에 이것 한 잔 하시고 낚시를 하시다가 조류, 파도에 사고가 나고 그러니까…… 뭐 그런 취지에서 사실 발의가 됐습니다.

◯소위원장 권성동 그런데 과태료 10만 원 갖고는 아무 효과가 없어요. 과태료 10만 원 갖고는 아무 효과도 없다니까요.

◯심상정 위원 하여튼 조금 더 검토합시다.

◯우원식 위원 섬에서 술 먹으면 누가 잡으러 가?

◯이인영 위원 아니, 들어올 때 음주 측정하면 되지.

◯소위원장 권성동 누가 음주 측정을 하냐고.

◯이인영 위원 제가 할게요, 제가.

◯소위원장 권성동 이게 지금 보면 그런 비난 여론 때문에 억지로 만든 법이에요. 그다지 실효성이 없는 법이라니까요.

◯이인영 위원 술 못 먹게 하는 게 맞아요.

◯우원식 위원 둘이 뭐야, 그런데?

◯소위원장 권성동 자, 일단 좀 보류하고 다른 상임위 진행 상황을 보면서 다시 논의를 하겠습니다.

◯이인영 위원 관광지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술 먹는 거 못하게 하는 게 당연한 거지. 담배도 못 피게 하는 판에 지금……

◯소위원장 권성동 그런데 산은 이유가 있는데 바다는 여름 한철 장사하는 거잖아요.

◯환경부차관 정연만 맞습니다. 바다는 좀 그렇습니다.

◯이인영 위원 그러면 문화부 차관으로 가시든가요.

 

특히 소위원장을 맡은 권성동 의원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법안은 모든 자연공원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음주 금지구역에 자신의 지역구인 강릉의 경포도립공원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경포해변은 2012년 7월 강릉경찰이 음주금지방안을 내놓자 강릉시에서 음주금지조례를 입법예고했고 여기에 반발한 지역 상인들이 시위와 함께 집단휴업 등으로 맞서자 결국 11월 28일 강릉시의회에서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2012년 당시 경포도립공원 내 음주금지 논란을 다룬 기사. 상인들의 반발에 부딛쳐 결국 '금지'에서 '자제'로 입장을 선회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권성동 의원에 맞서 적극적인 찬성을 하며 본인이 음주단속을 하겠다고까지 한 이인영 의원은 학생운동권의 리더 출신답다. 이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첫해인 2000년 5월 17일 광주의 한 룸살롱에서 참배를 마친 386세대 유망정치인들이 모여 여성접대부들을 끼고 술판을 벌여 도덕성에 큰 치명타를 맞았던 ‘새천년NHK’사건 때에도 광주에 있었으면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술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비춰진 바 있다.

지난 봄 드루킹 사건으로 단식농성 중 병원에 실려간 김성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병문안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우원식 의원은 이때에도 협상자의 입장에서 양쪽을 중재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 끝에 첫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또한 이 때에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결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2일 열린 제3차 회의에서 다시 음주 금지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다.

이번엔 은수미(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이 추가로 참석했다. 당시 나누었던 대화는 이렇다.

 

◯소위원장 권성동 술 먹고 이런 것까지 법에다가 규정하는 건 이건 적절치 않아요. 그건 도덕에 관한 문제고 그다음에 캠페인을 통해서 뭘 할 문제지 이걸 법으로 한다면 국민들이 다 웃습니다.

◯은수미 위원 동의합니다.

◯장하나 위원 이건 그냥 질문사항인데 확인만 하겠습니다.

국립공원 내에는 음주, 흡연 같은 게 금지되어 있고 여기는 거기를 포함해서……

◯소위원장 권성동 도립공원, 시․군 공원까지.

◯환경부차관 정연만 예, 다.

◯장하나 위원 그러니까 국립공원의 제도를 확대하는 취지의……

◯환경부차관 정연만 지금은 특별하게 국립공원 내에도 없습니다.

◯장하나 위원 아, 국립공원도요?

◯소위원장 권성동 자제합시다 이렇게 되어 있잖아.

◯김용남 위원 그러니까 취사는 금지되어 있지만 음주나 이건 아닌데……

◯환경부차관 정연만 그렇습니다.

◯장하나 위원 흡연이 금지가……

◯소위원장 권성동 흡연도 금지되어 있지요?

◯환경부차관 정연만 흡연은 금지하고, 그건 산불 때문에요.

◯장하나 위원 그건 법상……

◯환경부차관 정연만 예, 음주까지는 좀……

◯장하나 위원 그러니까 문제는 국립공원이라고 해도 등산하다 막걸리도 한 잔 할 수 있고 이건데 어떻게 할 것이냐 그거네요.

◯김용남 위원 그런데 그 개정안의 내용은 보면 전면적으로 다 음주를 금지하는 게 아니고 예를 들어서 대피소라든지 특정 지역을 정해서 거기서의 음주를 금지하겠다는 건데 자꾸……

◯소위원장 권성동 그리고 이거 그냥 국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거예요, 등산 가면 조그맣게 해 가지고 와서 한 잔 먹는 거 적발도 어렵고. 그래서 하여튼 보류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위원장 직권으로.

(웃음소리)

인수야영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인수야영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결국 환경부의 처음 계획은 이렇게 무산되었고 19대 국회에서는 다시 상정되지 않았으며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