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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1만 명 활동하는 주한 외국인 아웃도어 커뮤니티
회원 1만 명 활동하는 주한 외국인 아웃도어 커뮤니티
  • 곽정혜 기자
  • 승인 2018.08.0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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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으로 만나 10년 만에 회원 1만 5백명... 매주 산행 통해 한국 문화 접해

“한국의 명산 오르며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아요”

분명 약속장소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1번 출구로 나왔는데, 거리 한 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십 명의 외국인들을 보니 마치 외국의 어딘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더러는 거리에 선 채로, 더러는 카페 앞 축대에 앉은 채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느라 바쁜 김성원 회장과 눈이 마주쳤다.

용마산 정상에 오른 CIK 회원들.

“저희는 매주 토요일마다 산행을 합니다. 모임의 취지나 분위기를 말로만 듣는 것보다 직접 보고 느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오늘 ‘아차산~용마산’ 산행에 초대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등산한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넉넉한 눈웃음과 함께 건네는 그의 말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어깨가 다소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참가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걷는 사이, 그의 짧은 말 속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던 이 단체의 가치를 저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등산경력을 가진 김성원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2008년경 CIK(Climbing In Korea, 이하 CIK)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기존에 알고 지내던 이들과 그 지인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여 1년 여간 매주 토요일마다 등산을 해오다가, 2009년 3월경 ‘Meetup’이라는 스마트폰 앱(App)으로 운영을 전환하면서부터는 참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는 공식적으로 ‘meet up’ 앱을 통해서만 활동한다. 사진은 앱 대문화면 갈무리

10년이 지난 2018년 현재 회원 수는 약 10,500명이며, 그간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해외로 이주한 이들까지 치면 수만 명이 CIK를 거쳐 갔다. 참가자 비율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50:50 정도이고, 외국인 중에서는 영어강사나 주한미군 등 미국인이 많은 편이지만 30~40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이들이 국적/종교/나이/직업을 초월하여 함께 한국의 산을 오르며 우정을 다지고 있다.

“의사소통은 주로 영어로 하는데, 여기 참가하는 한국인들도 대부분 영어를 잘 합니다. 아마 ‘Meetup’이 외국에서 더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한 분들이 더 많아 찾아보기에 그런 것 같아요. 그러나 아무리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각자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곤란한 일도 몇 번 겪었지요. 때문에 특히 ‘안전’과 ‘상대에 대한 배려’ 같이 민감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회장은 장애아동들과 트리클라이밍을 포함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웃도어 체험기회를 제공해오고 있다.

CIK의 창립자(Founder)인 김성원 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회장을 맡아오면서 연간 산행계획부터 시작해 카누잉(canoeing)/카약킹(kayaking)/패러글라이딩(paragliding)/트리클라이밍(tree climbing) 등 연계 아웃도어 활동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매주 빠지지 않고 산행을 함께하며 선두에서 회원들을 이끌어 온 것이다. 매년 참가자가 점점 늘어가면서 혼자 모든 걸 감당하기에 힘이 부치자 그는 몇 년 전부터 회원 중에서 몇 사람을 선발해 ‘오거나이저(Organizer)’라는 직책을 맡겼고, 현재는 20명의 오거나이저가 김 회장과 함께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이 많고 관리자도 20명이나 되니, 어떤 이들은 우리가 이 단체로 큰돈을 버는 걸로 오해를 하더군요. 그러나 저희는 지금까지 매번 산행에 내는 참가비 외에는 별도의 회비를 일체 받지 않았습니다. 오거나이저 역시 똑같이 회비를 내고, 때로는 사비를 들이면서까지 다른 참가자들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매주 오든, 가끔 오든, 또는 한 번 오고 마는 이든 간에, 누구나 그날 오르는 산에서 만족을 하고 갔다면 저희들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월악산에서 진행한 ‘Peak to Peak’ 산행에 참가한 외국인들

현재 블랙야크 셰르파(Sherpa)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회장은 올해 초부터 블랙야크가 선정한 100명산 중 50개를 선정하여 매달 한 번씩 오르는 ‘Peak to Pea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7월까지 4회 실시했는데, 매번 40인승 관광버스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거기다 올 연말까지 계획되어 산행에는 이미 신청자가 모두 꽉 차서 “참가자 정원을 더 늘려 달라”는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Peak to Peak’ 산행 때는 수석 오거나이저인 오스카(Oscar Kim) 씨와 레이첼(Rachel Kim) 씨가 동행하며 김 회장과 번갈아가며 선두-중간-후미에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제가 몇몇 업체로부터 후원받은 물품을 나누어갖는 것 외에는 금전적으로 챙겨주지 못해 오거나이저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산을 좋아하고 사람을 아끼는 마음으로 앞장서서 봉사하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큽니다.”

오랜 기간 동안 마음을 맞춰온 운영진 18명은 산을 통해 배운 ‘봉사’와 ‘배려’를 더 유익한 곳에 쓰기로 뜻을 모았다. 장애아동과 카누잉이나 트리클라이밍을 함께 하며 아웃도어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겨울철에는 소외계층 가정을 찾아 쌀과 연탄을 배달하는 일을 수년 째 조용히 해오고 있다. 또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기초수급자 어린이 4명을 후원하고 있는데, 후원자를 20명까지 늘리는 게 그들의 목표다. 김 회장은 “이러한 활동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뜻있는 CIK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자가 동행했던 날은 ‘Peak to Peak’ 산행이 아니어서 아쉽게도 레이첼 씨는 만나지 못했다. 오스카 씨 또한 선두와 후미에서 참가자들을 챙기느라 오래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었다. 대신, 김성원 회장의 소개로 만난 몇몇 주요 참가자들에게서 좀 더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열정 넘치는 예비 오거나이저, 김현진 씨

김현진 씨

영국에서 오래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스페인 친구의 추천으로 ‘Meetup’ 앱을 알게 된 김현진 씨는 이곳저곳 검색을 하다가 CIK에 눈이 꽂혔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에 등산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 많은 산을 올라보았고, 영국에서의 거주지였던 요크셔(Yorkshire)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하이킹을 즐기곤 했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친한 친구들과 등산을 하고 싶어 제안을 했지만 “그렇게 힘든 걸 왜 하냐”는 대답만 들었다. 그렇다고 혼자서는 산에 갈 엄두가 안 나지 않고, 아무 산악회에나 가입하자니 믿음이 가지 않던 차였다. 긴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CIK의 문을 두드렸다.

“작년 여름 무렵 춘천 삼악산 산행 때 처음 참가했어요. 날씨가 더워 오전에 카누잉을 하고 오후에 산행을 하는 계획이어서 등산화도 안 신고 갔다가 엄청 고생했지요. 높이가 낮다고 산을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을 그때 절실하게 느꼈어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첫 산행 이후, 그는 지난 일 년 동안 꾸준히 한 달에 두세 번씩 산행에 참가해오고 있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이 이방인처럼 여겨져 한국생활이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CIK에 합류한 뒤 그런 생각이 싹 가셨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매 순간순간을 즐기고, 진심을 다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눈여겨본 김성원 회장은 이미 그를 ‘예비 오거나이저’로 점찍어놓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저를 회장님이 좋게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참여하면서 다양한 사회 환원 프로그램에도 보탬이 되고 싶어요.”

 

이란에서 온 서양화가, 아미르 씨

아미르 씨

레게머리에 멋진 턱수염을 기른 아미르(Amir Esfandiyar Etezadi Behzdi) 씨는 이란 출신의 서양화가로, 2011년에 한국인과 결혼한 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작품활동을 하다가 지난 해에 아내의 나라인 한국에 정착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혼자 서울 주변의 산을 조금씩 오르던 아미르 씨도 ‘Meetup’을 통해 CIK를 알게 되었다.

“올해 1월에 ‘Peak to Peak’ 1차 산행으로 설악산에 다녀왔어요. 새벽 5시에 출발해 헤드램프 불빛에 의지해서 눈길을 걷는데, 아이젠 밑에서 들려오는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1박2일 산행이라 배낭도 무겁고, 등산장비도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지만 무척 황홀한 경험이었죠. 그 이후로 설악산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이 되었습니다.”

CIK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한국의 많은 명소들을 찾아가보고,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들의 정서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난 것 또한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김성원 회장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김은 참가자들이 최적의 장소에서 최상의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했고, 지금까지 모든 산행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그를 보면서 저도 많은 것을 깨닫고 또 배웁니다. 앞으로 그와 함께 산을 통한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러시아에서 온 가수 듀오, 나탈라-타티아나 자매

나탈라-타티아나 자매

“괜찮아요. 편하게 한국말로 하세요.”

초면이라 실수를 할까봐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더니 두 여인이 동시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국인보다 더 차지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나탈라(Natalla) 씨와 타티아나(Tatiana) 씨는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이 생긴 쌍둥이 자매로,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동생인 타티아나 씨가 9년, 언니인 나탈라 씨가 8년째다.

러시아 사할린 출신의 자매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하이킹과 등산을 즐겼고, 집 근처 숲에서 버섯이나 산딸기 등의 과실을 채취하며 자연과 더불어 자랐다. 학창시절에는 농구, 테니스, 서핑, 크로스컨트리 등 계절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스포츠 활동을 했다. 2005년 두 사람은 각각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 국민대학교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하고 돌아갔다. 이후 러시아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일을 하다가 2009년에 타티아나 씨가 먼저 서울에 와서 정착했고, 일 년쯤 뒤에 나탈라 씨도 한국으로 왔다.

원래부터 취미가 여행이나 아웃도어 활동이었던 만큼, 두 사람은 그간 여러 루트와 단체들을 통해 대한민국 곳곳을 여행하고 전국의 많은 산에 올랐다. 그러다 평소 더 활달하고 호기심이 많은 타티아나 씨가 ‘Meetup’을 통해 CIK에 먼저 합류했고, 그 다음 주에는 언니도 동생의 손에 이끌려왔다.

“CIK와 함께 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산을 오를 수 있어서 여기 오는 게 늘 즐겁습니다. 앞으로 ‘Peak to Peak’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요.”

한편,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합창단원으로 활동해온 경력과 수준급의 악기연주 실력으로 가수 듀오를 결성하여 SNS를 통해 세계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날 산행에서도 아름답게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불러 다른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두 사람의 노래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도 들을 수 있다.

www.facebook.com/AlterEgoTwins, www.youtube.com/c/AlterEgoT

 

미국에서 온 음악선생님, 카리사 씨

카리사 씨

“어야디야~ 어기야디야! 달은 밝고~ 명랑헌데~.”

아차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는 시간, 벽안의 미국 여성은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자진뱃노래를 선보였다. 어깨까지 덩실거리는 그의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멈추게 만들었다. “에헤 에헤야~.” 구수한 추임새와 함께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평선 너머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옥수수 밭이 대표적인 볼거리인 미국 네브래스카 주 출신의 카리사(Karissa Van Liew) 씨는 어릴 적에는 산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나 미국 시애틀과 캐나다의 국경인 워싱턴스테이트(Washing State)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도시 인근에 있는 산을 자주 찾아 하이킹을 즐겼다.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한 뒤 2016년에 한국으로 온 그는 현재 인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에서 음악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타국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그는 평소 취미인 등산이나 하이킹을 다시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할 친구들이나 그룹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혼자 1년 정도 집에서 가까운 산을 찾아 올랐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표지판이나 지도를 볼 수 없다 보니 길 찾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1년 전 ‘Meetup’으로 알게 된 CIK에 참여하면서 이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한국 곳곳의 명산들을 올랐다.

“한국의 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산세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험할 때가 있어요. 그런 점이 굉장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에요.”

등산을 하지 않는 주말이나 주중에는 따로 판소리를 배우거나 이미 고급과정까지 마스터한 살사댄스를 즐긴다. 댄스로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져서인지 아직까지 등산을 하며 크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늘 새롭고 보다 더 힘든 산에 도전하고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명산을 모두 올라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