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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서, 가짜 히말라야 구조 논란
가짜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서, 가짜 히말라야 구조 논란
  • 오영훈 미국통신원
  • 승인 2018.08.21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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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최대 고산등반 대행사 사기혐의 파장 일파만파

지난 봄 시즌, 위조된 네팔 관광성 등반허가서로 2명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최근 5년 동안 8천 미터 등반을 최대규모로 대행한 업체 <세븐서밋트렉>의 산하 대행사 <14피크 익스피리언스>가 조직한 원정대에서 불거진 일이다. 

문제의 등반가는 중국인 쓰종저우, 선이콴 두 명이다. 네팔 관광성에서 이들이 소속된 원정대 측에 발급한 허가서에는 이들의 명단은 없다.

등반을 마친 뒤 쓰레기 처리 관련 행정수속을 위해 원정대가 관광성으로 제출한 서류에서 이들의 명단이 추가된, 원본과 다른 허가서를 발견해 위조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14피크 익스피리언스'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관광성이 발급한 등반허가서. 문제가 된 두 명의 이름은 없다. 사진 히말라얀타임스.
'14피크 익스피리언스'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관광성이 발급한 등반허가서. 문제가 된 두 명의 이름은 없다. 사진 히말라얀타임스.

에베레스트 등반허가 비용은 외국인 1인당 1만1천 달러다. 대행사가 고액의 허가비용을 가로채고 가짜 허가서를 발급했으리라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세븐서밋트렉>의 대표 밍마 셰르파는 <히말라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사에 성실히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관광성 서류처리를 담당했던 직원이 횡령 차 고의로 저지른 일로 보고 관광성과 합동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가짜 허가서 논란에 관한 '세븐서밋트렉'의 입장 발표문.
가짜 허가서 논란에 관한 '세븐서밋트렉'의 입장 발표문.

단순 두통에 무료 헬기 이용하는 ‘가짜 구조’ 극성 
이보다 더 논란이 된 것은 속칭 ‘가짜 구조’ 이슈다. 

네팔 관광업계가 뒤숭숭하다. 일부 네팔 등반·트레킹 업체가 사실상 불필요한 헬기구조를 남발하면서 연결된 헬기 업체, 병원, 호텔 등이 카르텔로 연결되어 해외 보험사를 대상으로 고가의 비용을 청구, 엄청난 차익의 동반 이익을 얻고 수수료를 챙긴다는 의혹이다.

헬기 업체 3곳, 병원 4곳, 여행사 8곳이 관광성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최대규모 대행사 <세븐서밋트렉> 및 <14피크 익스피리언스>도 의혹 대상에 올랐다.

네팔 관광업계가 가짜 구조에 대한 의혹으로 시끄럽다. 사진 캐피털네팔.
네팔 관광업계가 가짜 구조에 대한 의혹으로 시끄럽다. 사진 캐피털네팔.

미국 아웃도어 웹진 <기어정키>에서는 실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커 중에 고소로 인해 경미한 두통 증세를 호소했을 뿐인데 가이드로부터 강력하게 헬기구조를 요청할 것을 종용받았다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사례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광성은 산악구조 절차를 현행 대행사와 헬기회사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형태에서 경찰의 관할로 조만간 옮기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수년 사이 에베레스트가 위치한 쿰부 지역의 헬기 이용 사례가 급증하기도 했다. 쿰부 지역의 관문인 루클라(2860m)에 위치한 텐징-힐러리 공항은 2017년 성수기 하루 평균 104차례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며 현재 새로 4곳의 헬기장을 증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헬기 조종사는 <기어정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동안 내가 후송한 이십여 명의 환자 중에서 정말로 문제가 있어 보인 이는 두어 명 뿐이다”면서, “후송 비행 1회 당 1만 달러씩 받으면 190만 달러에 달하는 헬기 한 대 값 벌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 대상 보험료 총액은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14피크 익스피리언스' 대표 따시 셰르파가 의혹의 중심에 올랐다. 사진 마이뉴스네팔.
'14피크 익스피리언스' 대표 따시 셰르파가 의혹의 중심에 올랐다. 사진 마이뉴스네팔.

‘신속한 헬기구조는 고객안전에 필수’
반면 <세븐서밋트렉>의 파상 셰르파 이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고발은 고객을 잃은 일부 여행사들의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자사를 통한 헬기 구조가 타 대행사에 비해 많은 까닭은 고객이 월등히 많기 때문일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고가의 의료비용을 청구하는 특정 병원들로 환자를 이송해 온 이유는 타 병원에 비해 이들 병원들이 신속하고 치료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보다 철저하고 신속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사실 이용 고객들로부터의 불만접수 및 고발사례는 없었다.

파상 이사는 이어 고산지역 관광객 구조를 경찰 소관으로 이전한다는 관광성의 발표는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산악구조는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 경찰행정은 수많은 신청과 허가절차를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장 감각이 뒤떨어져 고객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븐서밋트렉>의 기록담당 직원이자 <히말라얀데이터베이스>, <8000ers.com> 통신원인 타니스와 구라가이는 “<세븐서밋트렉>은 고산등반 특화 업체로 이윤이 적은 일반 트레킹은 주 종목이 아니다”면서, 일반 트레킹과 달리 “고산등반 원정대에서 발생하는 헬기구조는 가짜 구조로 의심할 만한 사례가 사실상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산지대 여행자에게 발생한 두통의 증세가 긴급한 헬기 후송이 필요한 정도로 응급한 상황인지의 판단은 현지에서 의료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가이드의 소관임은 분명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부터 종합 가이드 시험에 합격해야 네팔 내 가이드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서부 무즈타그아타(7546m)를 셰르파들의 도움 속에 오르는 중국 등반가들. 네팔 최대 외국인 관광객으로 급부상한 중국인들은 히말라야 등반·트레킹에서 셰르파들에게 우호적인 주요 고객층의 하나다. 사진 텐디 셰르파.
중국 서부 무즈타그아타(7546m)를 셰르파들의 도움 속에 오르는 중국 등반가들. 네팔 최대 외국인 관광객으로 급부상한 중국인들은 히말라야 등반·트레킹에서 셰르파들에게 우호적인 주요 고객층의 하나다. 사진 텐디 셰르파.

셰르파 주도 등반·트레킹 대행업체 출현
<세븐서밋트렉>과 같은 대형 대행사는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앞서는 방식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모객해 왔다.

히말라야 전역의 관광시장 특성 상, 현지 호텔, 교통수단, 현지 고용인, 장비·식량 등의 물자 수급에 이르기까지 여행팀을 주기적으로 보내는 대행사일수록 각종 수수료나 인건비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출하는 각종 물품의 실 구매비용까지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븐서밋트렉>은 헬기회사를 직접 소유한 대형 대행사 중 하나다. 마치 국내 재벌기업처럼 거미줄식으로 연관산업을 직접 소유하거나 차별화된 가격으로 연동하는 방식의 이점을 살려 네팔만이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 중국, 부탄으로까지 히말라야 초국가적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카트만두 소재 대행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무즈타그아타(7546m) 2캠프 지점 전경. 대행사들이 일렬로 준비해 준 텐트들이 인상적이다. 사진 텐디 셰르파.
무즈타그아타(7546m) 2캠프 지점 전경. 대행사들이 일렬로 준비해 준 텐트들이 인상적이다. 사진 텐디 셰르파.

일부 서구 언론들은 네팔 대행사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고산등반원정대를 직접 모객하는 최근의 관행을 두고 ‘검증되지 않은 가이드와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위험하다고 비난해왔다.

이는 근거 없는 비판이다. 무모한 단독산행이 아닌 한 히말라야 등반 사고비율은 대행사 관광상품 가격과 비례하지 않다.

네팔에는 현재 총 16대의 헬리콥터가 있는데, <세븐서밋트렉>과 같이 헬기회사를 직접 소유한 대행사가 더욱 신속하게 헬기구조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이드 셰르파 등의 직원들에게 더 적은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네팔 쿰부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6812m) 베이스캠프 전경. 대규모 대행업체에서 각국의 등반가들을 모객해 단체 원정대를 꾸리는 방식이 오늘날 히말라야 원정의 일반적인 패턴으로 굳어졌다. 사진 텐디 셰르파.
네팔 쿰부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6812m) 베이스캠프 전경. 대규모 대행업체에서 각국의 등반가들을 모객해 단체 원정대를 꾸리는 방식이 오늘날 히말라야 원정의 일반적인 패턴으로 굳어졌다. 사진 텐디 셰르파.

이들의 가격이 싼 게 아니라 서양인이 운영하는 등반대행업체의 관광상품가격이 비싸다.

이들 서구 관광업체들은 사실상 네팔소재 관광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외주를 주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파이어니어 어드벤처>의 대표 파상 셰르파는 이를 두고 “산에는 오르지도 않고 베이스캠프에서 말만 하는 서양 가이드들에게 돈을 줄 필요는 없다”며 셰르파 주도 등반·트레킹대행업체의 출현배경을 설명했다.

 

불투명한 재정, 집단주의, 정부기관의 불통 해소해야
‘가짜 구조’, ‘가짜 허가서’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기업 양자에 관행이 된 재정 불투명성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집단주의 그리고 정부행정의 불통에 있다.

사라진 허가비용 2만 2천 달러는 어디로 갔는지 자금추적으로는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산등반 허가비용이 어디에 쓰이는지 공개되지 않으니, ‘모두 저희들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외국인 등반가나 네팔 관광업계의 비판에 일리가 있다.

허수아비격인 정부연락관 제도 또한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오래됐다.

정부연락관의 급여를 대행사에서 지불하도록 되어 있어, '어쩔 수 없는 매수'가 벌어지는 구조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병원 치료비, 항공권 가격 등을 차등하여 받는 현재의 관행 또한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다.

가장 인기 있는 국내 항공노선 카트만두~포카라의 항공권 가격은 네팔인 포함 남아시아인에게 현재 미화 40달러인반면 외국인에게는 120달러에 달한다.

헬기운임도 마찬가지. 헬기회사가 구조비행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나쁠 게 없겠지만 대행사와 고객에 따라 시간당 운임이 천차만별 요동치는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네팔은 저개발국가로는 드물게 국내총생산(GDP)이 최근 10%에 가깝게 빠르게 증가하는 편이다. 빠르게 팽창하는 관광시장에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