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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최초로 5.14d 오른 서채현
국내 여성 최초로 5.14d 오른 서채현
  • 곽정혜 기자
  • 승인 2018.09.04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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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보다는 ‘클라이머’가 되고 싶어요

올해 초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와 스폰서십 계약

7월 30일, 미국 라이플 마운틴 ‘Bad Girls Club’(5.14d) 완등

내년에 스페인 시우라나 ‘La Rambla’(5.15a) 도전

국내에 스포츠클라이밍이 도입된 이후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지 삼십 여년, 선배 클라이머들이 땀과 열정으로 다져온 토대 위에서 3세대 클라이머들의 재능과 기량이 활짝 꽃피우고 있는 요즈음이다.

각종 국제대회 우승 및 세계랭킹 상위 석권 등으로 세계 최정상급 클라이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지는 이미 오래,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자연암장의 고난이도 루트들을 섭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평소 훈련하는 인공암벽 앞에 선 서채현. 중학교 3학년 소녀답게 아직 수줍음을 많이 탄다.

지난 7월 30일, 만 15세의 나이로 미국 콜로라도 라이플 마운틴의 ‘Bad girls club’(5.14d)을 완등한 서채현(선유중 3학년,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또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세대 클라이머. 방과 후 매일 늦은 밤까지 그가 훈련을 하는 장소인 서종국클라이밍센터를 방문해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가대표 클라이머이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는 서종국 씨의 외동딸 서채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클라이밍에 입문하게 된다.

실내암장을 집 삼아, 인공 외벽과 자연바위를 놀이터 삼아 자라는 동안 홀드를 잡고 공중으로 몸을 띄워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동작과 기술을 저절로 몸에 익혔다.

여섯 살 무렵 본격적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할 때 아빠가 알려준 기술은 단 하나, 발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틈틈이 알려주는 기술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정확하게 몸이 익히고, 한 번 알려준 기술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딸을 지켜봐온 서종국 씨는 “채현이는 항상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이전보다 나빠지는 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라이플의 최고난이도 루트인 ‘Bad girls club’(5.14d)를 등반 중인 서채현

또 작은 키로 성인들과 똑같은 등반을 하기 위해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홀드를 잡거나, 자신만의 동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딸을 보면 대견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서채현은 같은 암장 친구들과 함께 클라이밍대회에 출전했지만, 결과는 꼴찌. 그러나 10살이던 2012년 『제1회 오스프리배 전국스포츠클라이밍대회』 출전 부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뒤, 올해까지 대부분의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메달을 땄다.

주 종목은 난이도(lead)지만, 볼더링(bouldering)에서도 늘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올해 청소년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했던 『제8회 고미영컵 대회』에서는 여자 유스B 부문 난이도 1위, 볼더링 1위, 스피드 2위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대회 준비 및 평소 훈련은 실내암장에서 주로 하지만, 실상 서채현은 자연암장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선운산 속살바위나 투구바위를 자주 찾는 편. 만 10세 때 ‘준수랑아빠랑’(5.13a)을 완등하고, 11세에 ‘베스트오브베스트’(5.13b) 완등, 12세에 ‘탄생업버전’(5.13c)을 해치웠다.

올해 3월에는 국내여성 중 처음으로 ‘아침햇살’(5.13c)과 ‘겨울람보’(5.13d)를 완등했다.

이렇게 등반의 재미에 푹 빠진 딸을 위해 아빠는 선물을 준비한다.

아빠가 매일 다르게 내주는 볼더링 문제를 푸는 것이 서채현에게 가장 즐겁고 효과적인 훈련이다.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세계적으로 유명 암장을 찾아 다양한 루트를 접하며, 딸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 딸이 ‘좋은 선수’ 보다는 ‘좋은 클라이머’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빠의 특별한 사랑법이다.

첫 등반대상지는 2014년 스페인 로데야르 암장으로, 이 때 서채현은 ‘Aquiles’(5.13a) 완등을 포함하여 5.12급의 다양한 루트를 온사이트로 등반했다.

2015년에는 그리스 칼림노스에서 5.13급의 다양한 루트를 즐겼고, 2016년에 미국 레드리버에서 ‘Omaha Beach’(5.14a)를 오르며 처음으로 5.14급에 진입한다.

2017년에 미국 라이플에서 열흘간 등반하던 중 이전 해에 미국의 유망주 마고 헤이즈(Margo Hayes)가 여성 최초로 올랐던 ‘Bad girls club’(5.14d)에 도전한다.

그러나 완등까지 홀드 두 개를 남겨놓고 추락해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리고 올 해, 두 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완등해내며 여성 중 두 번째이자 현재까지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서채현의 다음 목표는 지난 해 마고 헤이즈가 여성 최초로 5.15의 벽을 돌파하며 화제가 된 스페인 시우라나의 ‘La Rambla’(5.15a)로, 내년에 도전에 나설 계획.

이곳을 성공한 뒤에는 현재 전 세계 최고난이도로 평가 받는 스페인 올리아나의 ‘La Dura Dura’(5.15c)를 여성 최초로 오르는 게 꿈이다.

이와 함께 서채현에게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2020년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 출전하는 것.

성인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 내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랭킹을 올리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을 목표로 일주일 중 5일 이상, 방과 후 3시 30분부터 클라이밍센터가 문을 닫는 10시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아빠는 딸의 난이도에 맞춰 매일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딸은 집요한 루트 탐색과 다양한 몸동작으로 문제를 풀어낸다.

한편, 서채현은 그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눈여겨 본 아웃도어 업체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대표 정호진)와 올해 3월에 후원계약을 맺고, 암벽 및 빙벽 등반에 필요한 장비 및 의류 일체를 지원받는다.

서종국·서채현 부녀는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좋은 클라이머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돌아보니, 서채현의 시선은 어느새 마주 선 벽 앞의 홀드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앞으로 저 두 눈에 담아 나갈 그의 세상은 얼마나 크고 높을까. 수없이 흩뿌려질 땀방울과 차곡차곡 쌓여갈 시간 위에서, 그 새까만 눈동자에 해맑은 웃음꽃을 가득 피우기를 바라며 문을 나섰다.

 

서채현 프로필

2003년 서울 출생

2008년 암벽등반 입문

2013년 선운산 ‘준수랑아빠랑’(5.13a) 완등 외 다수

현재까지 5.13급 루트 다수 등반

2018년 선운산 ‘겨울람보’(5.13d) 여성 최초 및 최연소 완등 외 다수

 

해외 암벽등반

2014년 스페인 로데야르 ‘Aquiles’(5.13a) 완등 외 다수

2015년 그리스 칼림노스 ‘Punto caramelo’(5.13b) 온사이트 외 다수

2016년 미국 레드리버 ‘Omaha beach’(5.14a) 완등 외 다수

2017년 미국 라이플 ‘Bad girls club’(5.14d) 등반 시도

2018년 미국 라이플 ‘Bad girls club’ 완등 및 5.13급 루트 다수 완등

 

각종 대회 입상

2012~2013년 오스프리배 전국 SC대회 여자초등부(저) 1위 외

2014년 제5회 고미영컵 SC대회 여자초등부(고) 1위 외 다수

2015년 IFSC 아시안 유스 챔피언십 유스C 난이도 2위 외 다수

2016년 제7회 고미영컵 SC대회 여자중학부 1위 외 다수

2017년 IFSC 아시안 유스 챔피언십 유스B 난이도 4위, 볼더링 5위 외 다수

2018년 제7회 고미영컵 SC대회 여자유스B 난이도 1위, 볼더링 1위 외 다수

 

수상 경력

2016년 제1회 꿈나무클라이머상

대한체육회 선정 체육장학생 – 산악 부문

2017년 영등포구 특기 장학생 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