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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해외 SC대회서 지도자 음주 무더기 적발
청소년 해외 SC대회서 지도자 음주 무더기 적발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11.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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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3차례 국제대회 회계정산 자료에서 40여 차례 주류 구입내역 포함 영수증 나와... 백지 영수증, 금액 숫자 조작 등도

-감독 “절차와 진위 확인 없는 징계는 부당” 주장

-대한산악연맹 “스포츠 공정위 열어 징계하고 경찰 고발할 것”

미성년자가 포함된 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가 참가한 해외 등반경기대회 정산 과정에서 음주 내용이 포함된 영수증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교통비 등 영수증에서 금액이 조작된 흔적과 백지 영수증, 대회 진행과 관계없는 기념품과 술 등 구입 내역이 적힌 영수증도 나왔다.

본보가 대한체육회에 정보공개 청구해 대한산악연맹에서 받은 회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청소년 국가대표를 파견한 세 차례에 걸쳐 이 같은 일이 반복됐다.

대한산악연맹은 2017년 7월 3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에 A감독과 B코치 등의 인솔 하에 선수 30명을 파견했다.

선수들로부터는 1인당 160만원씩 4800만원의 참가비를 받았으며 연맹지원금 500만원 등 총 53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B코치가 연맹 사무처에 보고한 회계자료에 따르면 파견 기간 중 4387만여 원을 사용했지만 정산 과정에서 13차례 총 49만원 상당의 주류 구입 내역이 포함된 영수증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 영수증. 맥주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해 8월 30일부터 9월 10일까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월드 유스 챔피언십에도 A감독과 B코치, 선수 23명이 참가했으며 참가비 1인당 340만원씩 7800만원, 연맹지원금 2250만원 등 1억70만원의 예산을 집행하며 26차례에 걸쳐 23만여 원어치 주류 내역이 포함된 영수증이 발견됐다.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월드 유스 챔피언십 영수증. 보드카 등 주류 내역이 나와있다.

대산련 사무처는 “주류 관련 금액은 70여 만원이지만 주류 항목이 적힌 영수증을 전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회계 손실은 수백 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해 8월 9일부터 16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린 IFSC세계유스선수권대회에서도 이 같은 일은 반복됐다.

이번엔 B씨가 감독으로 코치, 트레이너 등과 선수 20명이 참가해 참가비 4089만원, 연맹지원금 1000만원 등 총 5089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회계 보고 영수증 중 32건이 내역이 없는 백지 영수증이거나 기념품, 보드카 구입 등 집행용도와 관계없는 내용, 또 수기로 작성된 택시비 영수증의 경우 숫자를 고쳐 아래에 적힌 러시아어로 된 금액과는 일치하지 않는 등 총 118만여 원의 증빙이 어렵게 됐다.

올해 러시아에서 열린 IFSC세계유스선수권대회 영수증 중에는 백지로 된 것도 포함됐다. B씨는 이에 대해 러시아 잉크가 휘발성이라 내용이 지워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러시아에서 열린 IFSC세계유스선수권대회 영수증 중 수기로 작성된 교통비 영수증 중에는 숫자를 고친 흔적이 확인됐다. 1267 중 맨 앞 1을 추가한 것으로 아래 러시아어로는 '금 이백육십칠'이라고 적혀있다. 
올해 러시아에서 열린 IFSC세계유스선수권대회 영수증 중 수기로 작성된 교통비 영수증 중에는 숫자를 고친 흔적이 확인됐다. 1267 중 맨 앞 1을 추가한 것으로 아래 러시아어로는 '금 이백육십칠'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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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또 “러시아 대회에서 영수증에 적힌 ‘화이트와인’은 화이트와인 소스가 포함된 메뉴에 대한 내용이며 기념품과 보드카 구입 등이 적힌 영수증은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인데 정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택시비 영수증의 금액이 조작된 데에 대해서는 “정산 중 금액 숫자가 맞지 않아 나중에 고친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백지 영수증에 대해서는 "러시아 영수증에 인쇄된 잉크가 휘발성이라 내용이 전부 지워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화장품 등 기념품 구입 내역이 적힌 영수증
러시아 현지에서 보드카를 구입한 영수증. 이에 대해 B씨는 정산 과정 중 잘못 섞여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산악연맹은 지난 6월 스포츠클라이밍 및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지도자 전문인력풀 모집공고를 냈으며 B씨는 여기에 감독으로 지원해 선발됐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며 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는 10월 17일 B씨를 감독직에서 임시 보류하고 11월 1일부터 중국 충칭 대회에 파견하기로 예정되어있던 것을 취소하는 결정을 했다.

10월 17일 대한산악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전문인력풀 감독직 임시 보류 내용.

하지만 B씨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자신의 SNS에 “적법한 절차와 사전 진위 확인 없이 내린 징계로 회계에 문제가 있는 부도덕한 감독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개인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요지의 주장을 해왔으며 이 내용은 수십 차례 공유되었다.

또 “주류관련 영수증이 감독보류의 징계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것에 대해 경향위가 어떤 논의와 어떻게 결정을 했는지 의심스러우며 영수증을 확인했던 사무처의 사원과 회계관련 직원 그리고 관련 과장, 사무처장의 업무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외 대회 파견 시 타 종목처럼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했다면 회계의 문제가 없을 텐데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는 탓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자신의 SNS에 대한산악연맹 결정에 대해 반박하며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산악연맹 사무처는 이에 대해 “선수들의 참가비는 대한산악연맹의 수익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지급할 수 없으며, 대부분의 경기단체가 국고지원금의 경우 국외여비규정에 따라 항공료나 숙박비 등으로 사전에 국내에서 현지로 이체하고 나머지 현지에서 필요한 금액은 개별이체나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법인카드를 지급할 경우 한도설정, 세금 등의 문제가 있고 타 단체의 경우 외국에서 일명 ‘카드깡’을 하거나 거액을 빼돌린 사례도 있어 대형사고 방지차 대한체육회나 문체부에서도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경기단체 임원에게도 법인카드 지급이 안되고 있고 재정보증보험에 가입한 직원만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트, 사격, 축구협회 등에 확인 결과 축구의 경우 사무처 직원이 현지 동행해 카드 결제하고 있으며 요트나 사격은 대산련과 같이 지도자에게 개별이체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편 대산련 사무처는 B씨의 청소년 대표팀 감독직에 대해서도 “지도자 전문인력풀 모집은 보수가 없는 직책으로, 정식 국가대표 감독이 참가하는 국제종합대회를 제외한 대회에서 선수들을 인솔하는 역할을 위해 선발한 것이며 임명장을 준 일도 없다”며 “B씨는 마치 정식 국가대표 감독인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고 청소년 선수들에게 고액을 받고 강습회를 여는 등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의 부모는 “B씨가 평소 자신의 직위를 남용해 아이들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겨울 300여 만원의 금액을 받고 청소년 선수들을 지도한 것이 여러 부모들에게 구설에 올랐으며 실제로 대회에서도 자신이 지도하지 않은 선수에 대해 차별해왔다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대한산악연맹은 23일 B씨를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횡령, 유용 금액이 누적 100만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고발하게 되어있으며 비위 정도에 따라 횡령금액의 최대 5배를 부과하고 자격정지와 제명 등 징계를 하도록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