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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산으로 돌아가자
[칼럼] 북한산으로 돌아가자
  • 이승기(교육학박사)
  • 승인 2018.11.2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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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북한산(北漢山)의 이름을 두고, 조선시대에 삼각산이었던 것을 일제강점기에 의미 없이 한강의 북쪽에 있는 산이라서 북한산이라고 불렀으니, 이제는 삼각산으로 고쳐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적이 있다.

북한산은 삼각산의 다른 이름으로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서 바라보았을 때, 백운대, 만경봉, 인수봉의 세 개의 봉우리가 소뿔처럼 보인다고 하여 삼각산이라 불렀다고, 그래서 삼각산으로 산이름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삼각산(三角山)이란 이름은 한자어로써 세 개의 봉우리가 소뿔모양으로 우뚝 올라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산에는 이 세 개의 봉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산순수비가 있던 자리인 비봉을 비롯한 문수봉, 오봉, 족두리봉, 보현봉……. 걸죽한 봉우리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산은 삼각산보다는 더 넓은 개념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또 다른 주장은 삼국사기를 근거로,

1. 북한산성을 백제 때의 개루왕 5년조(서기 132년)에 쌓았다거나,

2. 고구려에서는 신라의 북한산성에 대한 공격이 있었으나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했으며,

3. 진흥왕 16년(555년) 왕이 북한산을 순행하여 강역을 확정했다(진흥왕순수비).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북한산은 2000년 전 삼국시대로부터 지금까지 불리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말에서는 북한산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리말을 연구해 왔다. 그렇다보니,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기 이전의 우리나라에는 우리글이 없었고, 많은 우리말들이 한자로 기록되는 뼈아픈 슬픔을 겪어야 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산을 한자어로 바라보지 않고, 우리글이 없었던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어쩔 수 없이 한자로 적어야 했던 슬픔을 간직한 산이었다고 바라보면 어떨까? 물론 한자어로 적으신다고 해서 아무런 한자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고, 그 뜻에 가장 가까운 한자어를 사용하시지 않았을까? 이에 우리말의 사용 속에서 북한산의 쓰임을 살펴보고, 북한산의 뜻을 우리말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북주다

- 밭에 콩을 심어 놓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덮어 주는 것을 북준다고 한다.

∙북돋아주다

-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북받치다

-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말한다.

∙뒷북치다

-뒤늦게 쓸데없이 수선을 떠는 것을 말한다. 이는 북을 치는 것은 다른 악기들을 도와 소리가 높게 오르는 악기인 북을 연주가 다 끝난 뒤에 북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적북적하다

- 보통의 숫자보다 많다는 뜻으로 위로 올라와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쓰임에서 살펴본 ‘북’은 위로 튀어나와 올라와 있는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산활동으로 (북)하고, 땅 속 깊은 곳에서 튀어 올라왔으며,

(한)은 두가지의 사용으로 볼 수 있는데,

∙한글

- 우리 겨레의 큰 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글

∙한강

- 큰 강, 많은 물이 흐르는 강

∙한밭(대전의 옛 이름)

- 커다란 밭, 많은 면적의 밭

아주 아주 많은 내용을 말할 때는 하도 많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우리는 오랫동안 많고 큰 것들을 ‘하’ 또는 ‘한’으로 표현하여 왔다(제주도에서는 지금도 ‘하영’이라는 표현을 많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음).

∙여행한 사람

∙수리한 집 등

또, ‘한’을 과거에 ‘하였다’는 표현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본다면 ①‘북’이 많은 산 즉, 많은 바위들이 화산활동을 통해 튀어 오른 산으로 여겨지게 된다.

또는, ②오래 전 옛날에 화산활동으로 ‘북’하고 올라온 산의 뜻이 된다.

여기서 화산활동이란 땅속에 있던 마그마들이 땅위로 올라 와서, 뜨거웠던 온도가 식으면서 굳어짐을 말한다.

인수봉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벽 활동을 하는 산이다. 산봉우리에 해당하는 커다란 바위가 화산활동으로 위로 북하고 튀어올라 온 바위로 된 산이다. 북한산에는 인수봉 뿐 아니고도 많은 화강암들이 화산활동으로 솟아올라왔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북한산을 오르다 보면, 화산활동으로 ‘북’하고 올라온 많은 바위들이, 오랜 동안 잊혀진 뜻을 좀 찾아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또, 삼국유사에서는 북한산을 ‘부아악’이라고도 표현(삼국유사에 나오는 부아악을 대부분 북한산으로 해석하고 있음)하고 있는데,

이는 ‘부아악’도 우리말로 본다면,

∙부: 부삽, 부지깽이, 부엌 등의 사용에서 부는 불이 타오르는 모양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 아침, 아름답다, 아리땁다 등의 사용에서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부아악은 활활 불타며 북하고 올라왔던 화산활동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뜻도 모르고, 북한산이나 삼각산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우리말이 뜻하는 바를 좀 더 깊게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닐까?

“북한산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