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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북한에 산악인이 있기는 한가?”를 묻기 전에
[기자수첩] “북한에 산악인이 있기는 한가?”를 묻기 전에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11.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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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산악연맹과 한국산서회가 공동주관해 지난 29일 서울 삼성1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북한의 산과 산악문화 분석’ 세미나는 남북 화해와 교류가 확대되어가는 현재 남북간 산악교류를 기대하며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주제발표를 했다.

1부 ‘북한의 산’에서는 1987년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된 지원사업을 해온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에서 지난 10여 년간 북한지역 산림지원사업을 진행해온 경험을 최현아 박사가 발표했다.

재단에서는 2007년부터 산림관련 사업을 시작해왔으며, 2012년부터 평남 대동군 상서리 일대에 100헥타아르의 숲을 조림하고 기존 낙후되어있던 양묘장 시설 개선, 과학기술 보급, 인터넷을 통한 정보망 구축, 북한 현지 세미나와 전문가 해외 연수 지원, 출판 지원 등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의 산악지대는 과거 농지이용 등으로 인한 훼손으로 복구해야 할 과제가 많으며, 이에 남북과 국제기구, 엔지오단체가 다자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산림 훼손 실태와 복원 전망에 대해 발표한 국립산림과학원 김경민 박사는 1999년부터 위성사진으로 분석해온 북한 산림지대의 황폐화 지수가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황해도, 평안도 등에서 더욱 황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인은 북한 체제의 고립과 경제난에 따라 악순환을 계속해왔으며, 따라서 식량문제와 연료문제 등의 해결이 산림복구에 앞서 선행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 남한의 산림정책 성공 노하우를 전파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맥과 산지분류체계의 남북한 비교에 대해 발제한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수진 교수는 산맥과 산줄기에 대한 남북한의 차이와, 현재 대부분 산악계에서 주장하는 산줄기(대간) 체계가 공간 인식의 지정학적 문제, 즉 한반도에만 국한하는 시각이므로 시야를 넓혀 산맥과 산줄기 체계의 장점을 결합해 바라보는 형태로 바뀌어야한다고 했다.

이외에 백두산 화산활동의 연구분석(지인컨설팅 대표 장은미 박사)이 이어졌으며, 2부는 북한의 산악문화에 대한 발제가 계속됐다.

북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1989년 발간한 영문 책자 'Mt. Paekdu Sacred to Revolution'에 실린 북한 주민들의 백두산 등산 장면.

 

북한의 보호구역과 일제강점기 레저활동으로 바라본 산악문화 전망에 대해 발제한 성신여대 지리학과 박 경 교수는 북한에는 현재 백두산과 금강산 등 6개 국립공원이 있으며 최근 람사르 협약 가입,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 등 보존활동 역시 활발하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향후 산악레저문화를 키워가야한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북한의 산들에서의 등반활동에 대해 발제한 김장욱 한국산서회 회원은 일제강점기 이이야마 다츠오와 이즈미 세이치를 중심으로 문헌연구를 통해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백령회 등의 활동이 왜곡된 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양과학기술대 부총장 고동훈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고 교수는 미국 국적으로 지난 2010년 북한 교육성과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이 대학의 교수로 평양에 살며 강단에 서왔으나 미국의 대북제재로 지난해부터 방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동훈 교수는 평양과기대 학생들의 교육 시스템과 생생한 분위기를 전하며 관심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백두대간과 5대 명산에 대해 정갑수 한국대학산악연맹 부회장이 발제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남북교류 활성화와 함께 북한 지역 백두대간을 가고자하는 의도로 통일부에 방북신청을 하려 했으나 산악 교류에 있어 북한에는 접촉신고 대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발간한 영문 책자 'Mt. Chilbo'에 실린 칠보산 등산 장면.
북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발간한 영문 책자 'Mt. Chilbo'에 실린 북한 주민들의 칠보산 등산 장면.

 

한국산악회와 대한산악연맹, 한국대학산악연맹, 서울시산악연맹, 대한산악스키협회, 박영석탐험문화재단, 한국산서회 등 산악단체가 대거 공동주최로 참여한 합동세미나는 2014년 한국산악회의 ‘북한의 산을 본다’ 세미나 이후 찾아보기 어려웠던 북한의 산에 대해 다루었다는 점에서 현재 정세에 적확한 주제였다고 여겨진다.

또 산림, 지리 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해 산악단체와 함께 북한지역 산에 대한 연구의 첫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산악문화 분석이라는 주제에서는 워낙 구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과거 문헌 해석이나 인터넷 정보에 머물러 신선함은 부족했다.

또한 세미나 서두에서도 밝혔듯 남북 산악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과거의 주제보다 북한의 대외 산악관광정책 변화의 흐름이나 2천년대 초반부터 진행되어온 조총련계 산악단체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접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통일을 이야기하며 주제 삼았던 ‘남북 합동 에베레스트 등반’과 같은 프레임에서 이제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여기엔 늘 “북한에 산악인이 있기는 한가?”라는 질문이 꼭 비아냥처럼 이어져온 것을 기억한다. 이 말은 곧 남북한이 만들어가야할 산악문화의 궁극적인 목표에서 상대의 존재를 제외해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산악문화란 만년설산에 오르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무수히 많다.

분단과 함께 월북한 산악인들에 대한 합동 조사부터 금강산전기철도에 대한 합동연구, 산악 사진의 교류, 투어리즘으로서의 산악서적 출판교류, 지도 제작을 위한 교류, 남북청소년 교류산행, 올림픽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 교류, 등산아웃도어 업체의 개성공단 진출 교류 등 산악에서 파생되는, 그리고 산악인들이 꼭 참여해야만 가능한 미래의 산악문화는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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