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21 12:07 (화)
셀카 촬영에 몸살 앓는 세계 산악관광 명소
셀카 촬영에 몸살 앓는 세계 산악관광 명소
  • 오영훈 미국통신원
  • 승인 2019.01.09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통체증, 불법침입, 사망사고 등 폭증하는 갈등에 해결 미흡

유명한 경치나 아찔한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경향이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세계 산악관광 명소들에 다양한 문제가 늘고 있다.

일단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다. 지난 11월 인도계 미국인 부부 미낙시 무르티, 비슈누 비스와나트가 요세미티 전망대 중 하나인 태프트 포인트(2287m)에서 추락사했다. 이들의 트위터는 1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다. 둘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미국 내 여러 곳곳마다 찾아다니며 멋진 사진과 영상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곤 했다. 태프트 포인트에는 이들이 사용하던 촬영세트만 있었고, 3백 미터 절벽 아래에서 시신들이 발견됐다. 즉 절벽 끝에 선 자신들을 촬영하던 도중 실족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르티는 그랜드캐년의 한 절벽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스스로 이런 글을 쓰기도 했다.

“절벽이나 고층건물 꼭대기에 서는 만용에 가까운 행동에 정말 우리는 팬이 아닌가 싶다. 한순간의 돌풍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진 하나에 목숨을 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요세미티에서는 2018년 9월에도 추락사가 있었고 2011년에는 세 명이 한꺼번에 폭포에 미끄러져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 그랜드캐년의 미낙시 무르티(우), 비슈누 비스와나트. 사진 미낙시 무르티 페이스북.
미국 그랜드캐년의 미낙시 무르티(우), 비슈누 비스와나트. 사진 미낙시 무르티 페이스북.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거대한 말발굽 모양의 협곡으로 유명한 ‘호스슈벤드’에서도 지난 12월 24일 14세 소녀가 2백m 절벽으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관광명소 호스슈밴드에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관광객들. 사진 저스틴 설리번.
미국 애리조나주의 관광명소 호스슈밴드에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관광객들. 사진 저스틴 설리번.

인근 그랜드캐년에서는 한인 관광객이 추락해 큰 부상을 입고 후송되기도 했다. 마침 추락장소는 안전시설이 미비한 인적이 드문 전망대였다. 부상자를 그곳으로 안내한 한인 관광가이드는 인근 라스베이거스의 군소 여행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허가받지 않은 군소 여행사가 난립하여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11년 10월~2017년 11월 사이 259명이 ‘셀카자살’(셀카 촬영 도중 사망)했다고 한다. 익사, 교통사고, 추락 등이 사망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사망자 대다수는 10~29세의 젊은 층이고, 셀카 사망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국가는 인도, 러시아, 미국, 파키스탄 순이라고 한다.

 

주차난, 에티켓 문제로 몸살
전 세계적으로 풍광 좋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경향이 급증하면서 여러 국립공원 방문객 수가 폭증하고 있다. 문제는 국립공원들이 증가하는 방문객에 대처할 준비가 되지 못했다는 점과, 방문객 또한 자연공원에 와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요령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최초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2008년 이후 40퍼센트나 방문객이 증가해 2017년에는 4백만 명이 방문했다. 교통사고는 90퍼센트, 구급차 출동이 60퍼센트, 구조요청이 130퍼센트 증가했다. 

자동차를 이용한 방문이 일반적인 북미의 국립공원에서 방문객 증가로 인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교통체증이다. 여름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들어가려면 두세 시간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주차장에서는 서로 자리를 맡으려다 주먹다짐 싸움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위치한 뮤어우즈 국립천연기념물에는 최근 모든 방문차량에 예약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관광명소 호스슈밴드에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관광객들. 사진 저스틴 설리번.
소셜미디어의 범람으로 일약 노르웨이의 주요 명소로 꼽히게 된 트롤퉁가. 사진 어스트레커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르웨이의 트롤퉁가라는 최근 유명해진 바위절벽도 비슷한 사례다. 왕복 23km의 등산로 끝에는 절벽 밖으로 돌출된 아찔한 바위모서리가 있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폭증한 것이다. 2008년에는 고작 백여 명이 방문했을 뿐인데 2018년 방문객은 십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버즈피드>가 이곳을 ‘최고 셀카 촬영지’ 중 하나로 꼽은 것도 유명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지에서는 주차, 교통난, 쓰레기, 등산로 훼손, 화장실 등이 문제라고 호소했다.

트롤퉁가 전망대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줄을 선 등산객들. 사진 알핀.
트롤퉁가 전망대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줄을 선 등산객들. 사진 알핀.

 

피라미드 등 문화유산에도 올라 셀카
한편 이집트의 4천5백 년 역사를 간직한 피라미드에 불법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1월 네덜란드인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비드와 어느 여성이 함께 피라미드 정상을 밤에 올라가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관계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특히 여성은 정상에서 옷을 벗는 모습까지 포착돼, 여성 신체노출에 특히 엄격한 이집트의 종교유적지에서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로 지탄받기에 이르렀다. 해당 사진작가는 멋진 경치 배경 혹은 건물 꼭대기 등 아찔한 높은 곳에서 여성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했다. 피라미드 등반은 엄격히 금지되며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안드레아스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비난한 것에 서운해 하면서도 실제 이집트인들 중에서도 자신을 옹호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드레아스 비드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안드레아스 비드 인스타그램.
안드레아스 비드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안드레아스 비드 인스타그램.

 

 

Tag
#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