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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테로닥틸루스의 부리로 얼음을 찍고 오른다?
프테로닥틸루스의 부리로 얼음을 찍고 오른다?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8.01.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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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피크 달린 풀 메탈 아이스 엑스 발명가 해미쉬 맥킨즈 이야기
1억5천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익룡 프테로닥틸루스.
1억5천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익룡 프테로닥틸루스.

지금으로부터 1억5천만 년 전인

백악기에 활동하던 프테로닥틸루스(Pterodactylus)의 화석이 발견된 건 1784년의 일이다. 볼테르의 비서이기도 했던 이탈리아의 코시 알레산드로가 발견한 이 화석은 최초의 익룡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

긴 부리와 짧은 다리, 커다란 날개로 하늘을 누비던 공룡이 산악인들의 품으로 들어오게 된 건 스코틀랜드 산악인 해미쉬 맥킨즈(Hamish MacInnes, 1930~)에 의해서다. 둥그런 모양의 클래식 피켈로 수직의 수빙폭에서 불안에 떨었던 클라이머들에게 최초의 경각피크를 갖춘 짧은 아이스해머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프테로닥틸루스에서 따온 최초의 경각피크가 달린 아이스 엑스 '테로닥틸'의 광고 포스터.
프테로닥틸루스에서 따온 최초의 경각피크가 달린 아이스 엑스 '테로닥틸'의 광고 포스터.

해미쉬 맥킨즈가 프테로닥틸루스의 부리에서 이 아이스 툴의 영감을 얻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는 자신이 고안한 제품에 테로닥틸(Terrordactyl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테로닥틸은 경각피크와 함께 샤프트까지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최초의 아이스 툴이었는데, 그는 젊은 날 등반 중 얼음에서 추락해 사망한 이들의 나무로 된 피켈 샤프트가 모두 깨어진 것을 보고 샤프트를 금속으로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1940년대 말부터 설계를 시작해 1960년 출시한 테로닥틸은 우리나라와 같이 폭포가 얼어붙은 스코틀랜드의 고드름 빙폭에서 탁월한 기능을 발휘했고, 이는 곧 역곡선형 피크로 개량되어 1978년 프랑스 시몽사에서 샤갈이라는 최초의 역곡선형 피크 아이스 바일을 출시하게 된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피켈을 제작 중인 해미쉬 맥킨즈.
자신의 작업실에서 피켈을 제작 중인 해미쉬 맥킨즈.

해미쉬 맥킨즈의 테로닥틸은 1975년 크리스 보닝턴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에서도 사용되었다. 그는 이 원정대의 부대장으로 참여했는데, 페터 보드맨은 에베레스트 남서벽의 얼음 오버행을 넘어서기 위해 테로닥틸을 들고 해미쉬 맥킨즈와 상의하기도 했다.

해미쉬 맥킨즈가 발명한 이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그는 부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후 이를 본딴 제품들이 여러 브랜드에서 잇달아 출시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나는 등반가들의 안전에만 관심 있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라고 쿨한 입장을 보였다.

이미 16살 때 자신만의 자동차를 설계하기도 한 해미쉬는 테로닥틸뿐 아니라 산악지역에서 사용하는 접이식 들것을 발명하기도 했다. 그는 1960년부터 자신이 살던 지역인 글렌코에서 산악구조대를 결성해 활동해왔는데, 그가 고안한 분할식, 접이식 들것은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산악구조용, 군사용 들것과 같은 구조로 되어있다.

2003년 스코틀랜드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해미쉬 맥킨즈, 평생 크리스 보닝턴의 친구로 함께 줄을 묶어온 그는 현대 등산의 발명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