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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F2019] 포럼-잊을 수 없는 쿠쿠츠카
[TFF2019] 포럼-잊을 수 없는 쿠쿠츠카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9.05.04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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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저녁 9시, 트렌토 산타키아라 대극장에서 ‘잊을 수 없는 쿠쿠츠카(INDIMENTICABILE KUKUCZKA)’ 토크쇼가 열렸다.

800석 규모 좌석이 대부분 들어찬 가운데 열린 세미나는 1989년 10월 24일 네팔 로체(8516m) 남벽에서 사라진 폴란드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의 30주기를 맞아 생전 그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산악인들이 무대로 올라와 젊은 유렉(Jurek, 쿠쿠츠카의 애칭)‘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탈리아 산악인 에르베 바르마세가 진행을 맡았다.

이탈리아의 세계 정상급 현역 알피니스트인 에르베 바르마세가 진행을 맡았으며 첫 번째 게스트로 1980년 에베레스트를 동계 초등하고 1986년에는 쿠쿠츠카와 함께 캉첸중가를 동계초등한 크지슈토프 비엘리키가 무대로 올라와 어릴 적부터 이어진 그와의 추억과 쿠쿠츠카가 어려운 환경 속에 8천 미터급 14봉 등반을 이어간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크지슈토프 비엘리키를 소개하는동안 1980년 그의 에베레스트 동계초등 장면이 상영되었다. 

이어 쿠쿠츠카의 아내인 세실리아 쿠쿠츠카가 무대에 올랐다. 세실리아는 짧은 결혼생활과 두 아들의 아버지인 쿠쿠츠카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며 관객들은 긴 박수로 화답했다.

이탈리아 산악영화 감독 풀비오 마리아니는 쿠쿠츠카가 남긴 영상과 2016년 제작된 쿠쿠츠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유렉’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쿠쿠츠카가 8천미터 14봉 등정 뒤 올림픽위원회로부터 명예 은메달을 받는 장면. 라인홀드 메스너는 이 메달을 거부했다.

쉴틈 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 무대 뒤로 갑자기 라인홀드 메스너가 성큼성큼 걸어 나오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프로그램 설명에는 그의 이름이 게스트로 나와 있지 않았기에 누구도 라인홀드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한때 8000미터 14봉 레이스라 불렸던 경쟁을 쿠쿠츠카와 벌이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었지만 자신보다 1년 뒤 쿠쿠츠카가 14봉의 정상에 모두 오르자 “당신은 2인자가 아니”라며 격려한 바 있다.

리카르도 캐신(가운데)의 100세 생일에 함께 한 라인홀드 메스너(왼쪽)와 발터 보나티(오른쪽)

라인홀드 메스너는 1975년 리카르도 캐신이 이끄는 로체 남벽 원정대에 대원으로 참가했었는데 당시 등반 영상 상영과 함께 로체 남벽 등반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며 2009년 캐신의 100세 생일에 발터 보나티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등 희귀한 장면을 공개하고 시종 유쾌하게 무대를 끌어갔다.

토크쇼가 끝난 뒤 무대인사를 하고 있는 연사들. 

무대에 오른 이들은 누구도 연극배우가 아니었지만 1시간30분간 이어진 강연은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시종 극적이었고 관객들은 몰입했다.

기존의 딱딱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와 같은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에서 관객들은 예지 쿠쿠츠카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의 이름을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가슴에 새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