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8-24 01:08 (토)
백운산장 소송 판결문 읽어보니
백운산장 소송 판결문 읽어보니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9.05.27 0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강요 등 증거부족 인정 못해”... “기부채납 약정 효력 있다”

산장 지붕 화재에 대해 표현 다르고 기부채납 절차 논란 있어

변기태 씨 “변호사와 검토 후 항소 여부 결정”... 6월 7일 기한

북한산 백운산장을 둘러싼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1심은 국가귀속으로 판결났다.

본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이영훈 부장판사는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각 부동산을 인도할 것’ ‘기부채납기한이 끝난 2017년 5월 25일부터 산장을 완전히 인도하는 날까지 월 67만7천원씩 계산해 산장 측이 국가에 지급할 것’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 ‘토지와 건물의 인도 및 비용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1957년 고 이영구 씨와 결혼해 지금까지 백운산장에 살고 있는 김금자 씨는 즉시 공단에 산장 소유권을 넘겨주고 부당이득금 명목으로 1600여 만원을 반환한 뒤 산장에서 떠나야한다.

백운산장보수증축계획서에 나온 컬러 조감도.
백운산장보수증축계획서에 나온 컬러 조감도.

 

판결문은 인정사실에서 ‘백운산장은 1924년부터 3대에 걸쳐 등산객 대피소로 사용되어왔으며 1991년 등기를 마쳤고 1992년 화재로 소훼되었다’고 지금까지 산악인들이 주장해온 역사적 사실은 인정했지만 산장 화재 부분에서 ‘소훼(燒燬)’라고 표현해 당시의 사실과는 다른, 공단이 주장해온 내용을 적었다.

소훼란 불에 타서 없어짐을 뜻하는 단어로, 화재 당시 백운산장은 지붕이 불타 없어졌을 뿐 벽체는 그대로 남아 한동안 천막으로 지붕을 설치해 운영해왔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지금까지 백운산장을 1998년 신축한 것으로 주장해왔으며 산악계는 화재로 인해 ‘증축(增築)’했다고 주장해왔다. 증축이란 같은 지붕마루 내에서 건축물의 바닥면적을 늘리는 것으로, 당시 산장을 2층으로 늘려 지었다.

1992년 화재 뒤 천막으로 지붕을 설치하고 운영 중이던 백운산장의 모습. 벽체는 화재 피해를 입지 않아 지금과 같으며 이후 2층으로 증축했다.
1992년 화재 뒤 천막으로 지붕을 설치하고 운영 중이던 백운산장의 모습. 벽체는 화재 피해를 입지 않아 지금과 같으며 이후 2층으로 증축했다.
북한산 백운산장
북한산 백운산장의 현재 모습

 

판결문은 또 산장 건물 축조 당시 자연공원법과 국유재산법 등에 의하면 국유지에 영구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행정 또는 보존 목적의 수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물의 기부를 전제로 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었다며, ‘축조를 위해서는 건물이 공원시설이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백운산장은 화재 이후 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를 받고 기부채납 약정 후 준공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공원시설인 행정재산이 된 적이 없으며 개인의 사유재산이었다.

기부채납이 성립하려면 1998년 1월 준공과 건축물사용승인 이후 공단에서 곧바로 소유권을 국가에 무상귀속하고 이영구 씨가 공사비로 사용한 3억3천6백만 원 상당의 금액이 상쇄되는 기한까지 무상사용하도록 했어야 맞다. 이 금액은 당시 강남 아파트 2채 값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없었으며 산장은 1998년 2월 11일 이영구 씨가 소유권보존등기를 해 개인의 사유재산이 되었다.

백운산장 화재와 증축에 대해 보도한 1992년 10월 16일자 일간스포츠 기사. 내부수리만 다시 한후 계속 관리한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백운산장 화재와 증축에 대해 보도한 1992년 10월 16일자 일간스포츠 기사. 내부수리만 다시 한후 계속 관리한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1998년 1월 20일 이영구 씨가 날인하고 공증 받은 기부채납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하며 이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건물과 토지를 국가에 인도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냈다.

약정 체결 과정에서 피고가 주장해온, 공단의 강요와 기만 등 피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한 불공정 법률행위라는 내용은 주장사유만으로 기부채납 약정 효력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기부채납 약정 당시 부당함을 적어놓은 이영구 씨의 일기. 

 

한편 이번 소송을 백운산장 측에서 도와온 변기태(한국산악회 부회장) 백운산장보존대책위원장은 판결에 대해 “변호사와 보다 자세한 검토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변 위원장은 “이번 소송을 두고 여러 곳에서 ‘산악계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지켜줄 필요가 있느냐’ ‘소송 없이 공단과 조정을 통해 실익을 얻어야했던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백운산장이 개인의 사유재산이건 공공재산이건 먼저 그 소유권 정리가 선행되어야 산악계에서 운영을 하건 국가가 관리하건 이후의 논의를 할수 있는 것이며, 공단에서도 산장을 보존하고 3대에 걸쳐 이곳을 지켜온 산장지기의 삶을 먼저 생각했다면 스스로 기부채납 기한을 연장하거나 직을 걸고 소송을 취하하는 등 책임감 있는 조치를 했을 것”이라며 “당시 고령의 노인들에게 기부채납 기한 만료 1년 전부터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내고 26차례나 산장에서 동향을 파악하는 등 해온 일들을 보면 지금 산장을 위하는 척 나오는 말들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항소 기한은 6월 7일까지다.

판결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