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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은 경쟁 아닌 라이프 스타일”
“트레일러닝은 경쟁 아닌 라이프 스타일”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9.05.31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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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아크테릭스 카피라이터이자 트레일러너 조쉬 베린저

트레일러닝이 국내 아웃도어 활동 중 큰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이미 28개 대회가 열렸고 하반기에도 28개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산과 강, 바다 등 자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심플함에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혼자서라도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거기서 얻는 성취감 같은 것이 트레일러닝의 매력인 것이다.

지난 5월 18일 북한산성에서는 조금 특별한 트레일러닝 이벤트가 열렸다. 아크테릭스가 주최하고 고어코리아가 후원한 행사는 무엇보다도 경쟁이 없고, 구간이 짧으며, 그저 함께 모여 달리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벤트였다. 50여 명의 러너들이 모였으며 그중엔 특별한 한 사람도 있었다.

아크테릭스 본사 카피라이터이자 유명 트레일러너인 조쉬 베린저가 함께한 것이다. 그런데 조쉬는 업무상 출장으로 온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어, 그저 함께 달리고 싶어서 사비를 들여 한국을 찾아온 것.

물론, 달려온 것은 아니다.

달려가서 그를 만났다.

 

-당신은 왜 달리나요?

러닝의 리듬을 좋아해요. 자유롭고, 단순한 스포츠고, 누구나 시작하기도 쉽죠. 달리는 순간엔 모든 걸 잊을 수 있고요. 제가 처한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지만 러닝은 제 두뇌가 뭔가를 잘 생각할 수 있도록, 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죠. 밖으로 나가 상쾌한 공기를 느끼는 거죠. 러닝이라는 활동이 가진 단순함의 미학이 정말 좋아요.

-아크테릭스에서도 트레일러닝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아웃도어 장비와 트레일러닝 장비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트레일러닝이라는 활동 자체가 고강도 유산소 활동이고, 다른 아웃도어 활동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하는 운동이죠. 예컨대 클라이밍은 정신적으로 강인하면서 일종의 퍼즐을 풀어내는 능력이 요구되지만, 러닝처럼 더 빠른 속도와 더 많은 운동량을 강조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클라이밍 장비라면 신체를 잘 보호해주고, 비나 바람을 막아주면서 쾌적하고 편안한 움직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아주 좋은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죠.

반면 트레일러닝 제품은 아주 가벼운 무게에도 격렬한 활동 중 발생하는 땀과 열을 빠르게 배출해주는 기능성에 편안한 착용감과 안정감을 중시합니다. 가령 노반 SL 슈즈는 현존하는 트레일 러닝 슈즈 중 가장 가벼운 제품 중 하나인데, 최소한의 프로텍션을 제공하면서 탁월한 접지력을 갖췄죠. 특히 밴쿠버는 비가 자주 내려서 젖은 바위나 젖은 잔디 위를 달려야 할 일이 많고, 트레일 러닝을 하다 보면 다운힐 뿐 아니라 업힐을 해야 할 경우도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아주 탁월한 퍼포먼스를 자랑합니다. 더 나은 디자인의 제품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경험을 허락해주죠. 무엇보다 신발 한족에 180g 정도로 엄청나게 가볍고요.

 

-개인적으로 달려본 곳 중 가장 좋은 곳이 있다면?

최근에 태즈매니아란 곳에 러닝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호주의 한 주이자, 큰 섬이죠. 뉴질랜드처럼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아직 사람들도 별로 없어 한적하고 여유롭죠. 어디서든 마을에서 차로 2시간이면 정말 환상적이고 탁 트인 경치의 트레일에 도착해 그 속에서 마음껏 러닝을 즐길 수 있었죠. 귀여운 동물도 많이 있었고요.

아, 물론 밴쿠버도 빼놓을 수 없어요. 엄청나게 큰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 거대한 호수, 만년설이 쌓여있는 멋진 봉우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장관 속에서 달리는 건 정말 최고죠.

 

-북미의 트레일러닝 인구가 어느정도 될까요?

정확히 몇 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빠르게 늘고 있어요. 아마 북미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장 미국의 울트라러닝 대회들만 해도 참가신청을 시작하면 곧바로 마감이 될 정도죠. 꼭 치열한 경쟁이 있는 레이스 대회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모험을 위해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에 영감을 받아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고, 여러 작은 소그룹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하고 있죠.

-한국은 1만명 정도가 트레일 러닝을 즐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작은 숫자인데, 더 많은 한국인들이 트레일 러닝을 즐기기 위해 아크테릭스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그게 제가 한국에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크테릭스 엔돌핀런 2019 행사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더 많은 이들에게 트레일 러닝이 어떤 것인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려주기 위한 행사입니다. 저 역시도 10년 전만 해도 트레일 러닝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그때 한 친구가 “트레일러닝 해봤어?”라고 했을 때 “그게 뭔데?”라고 반문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레일 러닝이 뭔지 잘 모르고 있죠. 하지만 한 번 시작하고 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게 바로 트레일 러닝입니다. 산속 트레일을 나무를 헤치며 달리고, 주말이나 아침 출근 전 친구들과 함께 모여 달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이번 행사에 참가하시는 분들도 꼭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아크테릭스가 북미 지역에 후원하는 트레일러닝 대회가 있나요?

북미 지역에 있는 매장별로 입문자 또는 초중급자를 대상으로 주변 국립공원을 뛰는 소규모 주말 트레일 러닝 행사를 열고 있다. 주로 커뮤니티 단위, 매장 단위로 트레일 러닝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활동을 해요. 하지만 일반적인 레이스 위주의 대회는 후원하지 않고 있어요. 아크테릭스는 그런 경쟁이나 레이스보다는 개인적인 아웃도어 어드벤쳐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가능한 더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더 많은 모험과 자유를 느끼는 것. 그게 진짜 트레일러닝입니다.

-한국의 트레일 러너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요?

먼저 제가 어떻게 트레일러닝에 빠지게 되었는지, 트레일러닝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땐 대회에 참가해 기록과 순위를 위해 달렸지만,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달리면서 제 생각도 바뀌게 되었죠. 대회는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지만, 러닝은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란 겁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어드벤쳐 러닝을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과 팁에 대해서도 나눌 예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은 즐거움의 핵심이거든요.

 

-개인 휴가를 내고 이번 행사에 참가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한국에서는 아크테릭스가 ‘엔돌핀런’ ‘라이트런’ 등의 이름으로 2017년부터 주최해 왔는데, 작년 초에 처음 그 소식을 듣고 그럼 2019년 봄에 꼭 동참하고 싶다고 먼저 얘기했습니다. 개인 휴가를 쓰고, 개인 사비로 비행기표도 사겠다고 했죠. 그러자 아크테릭스 한국 관계자조차도 “당신처럼 수준 높은 트레일 러너가 왜 굳이 한국의, 그것도 입문자를 위한 행사에 사비를 털어 참가하려 하냐”고 반문했었죠.

무엇보다도 다른 문화의 다른 사람들과 만나 제가 제일 사랑하는 트레일 러닝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트레일 러닝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아웃도어 스포츠이고, 그래서 제가 한국의 트레일 러닝 저변을 넓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저로 인해 단 한분이라도 트레일 러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꼭 저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번 행사를 통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첫 아시아 방문입니다. 언젠가 꼭 한번은 아시아에 오고 싶었는데, 한국은 그 중에서도 1순위였죠. 오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나라인 동시에 최첨단 현대 국가이기도 하니까요. 아주 맛있는 음식도 있고요! 제 친구들과 아크테릭스 동료 중에도 한국 출신이 많은데, 늘 한국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지 제게 말해주었죠.

아, 다시 말하지만 막걸리 정말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