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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정상 ‘교통체증’ 네팔의 해결책
에베레스트 정상 ‘교통체증’ 네팔의 해결책
  • 오영훈 미국통신원
  • 승인 2019.06.1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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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즌 11명 사망…등반허가 발급제한으로 관광산업 확대 노리는 네팔

지난 5월 에베레스트 정상부에 촘촘히 등반가들이 늘어선 행렬의 사진이 전 세계 주요 언론을 장악했다. 네팔인 니르말 푸르자가 찍은 사진이다. 이번 시즌 에베레스트에서 총 11명이 사망했다. 에베레스트 역사상 사망자가 네 번째로 많은 시즌이다.

언론에서는 유사한 비판이 반복됐다. 세계 최고봉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다, 돈 많은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에베레스트는 더는 어렵지 않다 따위의 확증되지 않은 추측성·감정적 비난이 난무했다.

5월 22일 에베레스트 남동릉 정상부에 몰린 등반가들. 니르말 푸르자 페이스북.
5월 22일 에베레스트 남동릉 정상부에 몰린 등반가들. 니르말 푸르자 페이스북.

중국보다는 네팔이 등반여건 좋아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중국 두 곳의 노멀루트가 있다. 중국 방면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일단 규제로 인해 헬기 구조가 불가하다. 베이스캠프에는 네팔과 같은 대규모 병원시설도 없다. 현대식 병원을 가려면 베이스캠프에서 몇 시간을 차로 달려 라싸에 나가야 한다. 일기예보도 불확실하다. 네팔 대행사로서는 네팔인에게 노동 기회를 주는 애국심도 작용한다.

날씨에 영향받는 정상등반
에베레스트 등반은 두 가지 이유에서 여전히 위험하다. 저산소와 바람이다. 첫째, 해발 8천m는 기압이 평지의 30% 정도다. 등반가들은 대개 해발 7천m부터 산소장비를 사용한다. 둘째, 강한 바람은 순식간에 체력을 빼앗는다. 아무리 좋은 날씨가 예보돼도 극한의 고도에서 날씨는 급변한다. 화이트아웃과 눈보라는 순식간에 펼쳐진다. 소규모에 체력과 경험을 갖춘 등반팀은 고작 몇 시간의 맑은 날씨만 찾아와도 정상을 찍고 무사히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원정대는 고요한 날씨가 적어도 3~4일은 이어져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이런 기간이 찾아온다.

에베레스트 해발 7,950m의 사우스콜 4캠프.
에베레스트 해발 7,950m의 사우스콜 4캠프.

즉 좋은 날씨가 지속해야 정상등정이 분산된다. 2018년은 비정상적으로 11일 동안 연속으로 날씨가 좋아 네팔 방면으로 대원 266명, 가이드 296명 등 총 562명이 등정했고, 중국 쪽으로는 대원 130명, 가이드 110명 등 240명이 정상에 섰다. 사망자는 5명이었다.

네팔 관광성에 따르면 올해는 네팔 방면으로 대원 868명이 등반 허가를 받아 그중 281명이 정상에 섰다. 가이드 378명과 함께였다. 인도와 미국에서 각각 75명, 중국 60명, 영국 44명이 등반 허가를 받았다. 정상부 교통체증만 보고 ‘에베레스트에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올해는 날씨가 분명 좋지 않았다. 고작 며칠 사이에 대거 사람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교통체증이 사망사고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 셰르파 1명은 아이스폴 지대(5,600~6,000m)에서 추락했고 영국의 시머스 로리스는 5월 16일 등정 후 하산 중에 실족사했다. 나머지 9명은 고산병, 산소부족, 체력저하, 설맹 등 복합적인 이유에 더해 정상부에서 지체하면서 사망으로 이르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2012년에도 판박이 사례
2012년 봄에도 닮은꼴 상황이 있었다. 에베레스트 7천m대에 늘어선 행렬을 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 한 장에 전 세계가 놀랐다. 필자는 당시 늘어선 줄 속에 있었다.

2012년 5월 에베레스트의 3캠프~4캠프 사이에 늘어선 행렬.
2012년 5월 에베레스트의 3캠프~4캠프 사이에 늘어선 행렬.

당시 사정은 이렇다. 8천m 상부 정상까지 고정로프 작업을 자처했던 뉴질랜드 상업등반대에서 대원 두 명이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 위험을 고려해 이들은 5월 초 등반 종료를 선언하고 떠났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원정대는 셰르파들이 중심이 되어 5월 중순에서야 다시 베이스캠프 대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결국 좋은 날씨가 지속됐음에도 정상공격 일자가 분산되지 못하고 5월 말로 몰려 교통체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4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열린 대장단 회의.
2012년 4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열린 대장단 회의.

그러나 언론은 이런 내막을 좋아하지 않았다. 필자 사진을 받아간 국내 모 일간지 기자는 필자가 구체적 사정을 얘기하니 얼른 대화를 끊었다. ‘에베레스트 인산인해’라며 1면에 실린 사진에 필자의 설명은 전혀 실리지 않았다.

당시 5명이 사망했다. 셰르파들은 당연히 사망원인으로 뉴질랜드 상업등반대를 비판했다. 이후 에베레스트에서는 셰르파들 스스로 회의를 소집하고 히말라야 등반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3년 에베레스트 2캠프(6,450m)에서 있었던 폭행사건은 이와 같은 히말라야 등반의 주도권이 셰르파들로 넘어간 연장선에 있었다.

히말라야 등반 주도권 셰르파들로 옮겨져
네팔 대행사들이 염가에 검증되지 않은 초보자를 등반대에 받아주고 경험이 부족한 현지인을 가이드로 고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을 뺏긴 기존 서양 대행사 측에서 시작된 모함에 가까운 불평이다. 아이젠을 처음 신어보는 초보자를 원정대에 받아주기란 서양 대행사도 마찬가지다. 초호와 원정대는 오히려 서양에서 조직한다. 독일의 ‘퓌르텐바하 어드벤처’는 1억3천만원을 내면 집에서 고소적응 프로그램, 2명의 셰르파, 고소적응 실패 시 재도전 기회 등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셰르파 가이드가 경험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구체적 사례 없는 억측일 뿐이다. 셰르파들이 돈에 눈이 멀어 ‘안되면 말고’ 식으로 산을 오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외국인들이 ‘꿈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고 싶어 하고 여기서 자부심을 얻는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네팔의 민족성이다.

‘진짜 등반’? 현실 모르는 얘기
세계는 모험 열풍에 빠져들고 있다. 기록은 모험 문화에 핵심이다.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최적의 모험 대상지다. ‘기록에 연연하는 것은 진짜 등반이 아니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셰르파들은 80, 90년대이래 소위 ‘진짜’ 등반가들이 히말라야에서 실제 어떻게 등반했는지를 봐 왔다. 무산소 등반에서 몰래 산소 마시기, 아드레날린 주사 맞기, 전위봉에서 정상사진 촬영 등은 내로라하는 등반가들이 셰르파들 앞에서 반복했던 일이다.

앞서 에베레스트 정상부 등반행렬을 촬영한 니르말 푸르자는 4~5월에 32일 사이 8천 미터 급 6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7개월 동안 14좌를 완등한다는 야심 찬 목표 ‘프로젝트 파서블 14/7’의 일환이다. 여름에 파키스탄 5개 봉우리, 가을에 네팔과 중국의 남은 3개를 모두 오른다는 기획이다.

5월 22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니르말 푸르자.
5월 22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니르말 푸르자.

이같은 '프로젝트 등반'은 현대판 모험의 전형이다. 한마디로 기록갱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을 찍은 푸르자의 초고속 등반이나 사진 속의 등반초보 '정상따먹기' 등반이나 '정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는 없다.

물론 푸르자가 7개월 내 14좌를 완등한다 해도 공식 7개월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2016년에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록 올해 새로이 등정했다 하더라도 완등에 걸린 소요시간은 처음 등정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합산한다. 재등한다고 해서 그때부터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최단 시간 14좌 완등 기록은 2013년 고 김창호가 수립한 7년 10개월 6일이다.

에베레스트에서 외국인 등반가 등반을 셰르파들이 앞뒤에서 도와주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 외국인 등반가 등반을 셰르파들이 앞뒤에서 도와주고 있다.

소규모에 고정로프를 안 쓰는 소위 ‘알파인스타일’ 등반은 어떤가. 오늘날 극소수의 인원만이 등반가이드를 고용하지 않고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고 있다. 네팔인들 중에 알파인스타일에 우호적인 이는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노동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마음대로 산을 누비는 게 그들 눈에 좋아 보일 리가 없다. 환경에 적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호하다. 등반허가 없는 ‘도둑등반’도 여전히 자행된다. 황금피켈상은 그런 내막은 감추고 추상적인 부분에만 찬사를 보낸다. 네팔인들의 눈에 그런 19세기 낭만주의의 안경을 쓰고 다니는 이들이 아니꼽게 보일 수밖에 없다.

에베레스트 등반허가 발급 제한 현실화될까
'교통체증'에 관해 현실적인 제안으로 큰 폭의 인원 제한, 등반허가 발급 심사제 적용 등이 논의됐다. 이에 네팔 관광청 고위관료는 “에베레스트 등반허가에 관한 기준을 높이는 방안에 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는 네팔 언론인, 정부관료,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오래전부터 제시한 발상이다. 네팔 내 7천m급 등정증이 있어야 8천m 등반허가를 내 준다거나, 초오유(8,188m) 등 낮은 산을 오른 뒤에야 에베레스트 등반을 허가하자는 생각이다. 6~7천m대 연속등반, 7천m 연속등반, 8천m 연속등반 따위 연계 관광상품도 개발 중이다. 나아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2캠프까지 하강전용 케이블카를 만들자, 개인 드론을 허가해 등반과정을 중계하자 등도 안전이라는 미명 아래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네팔은 네팔대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셰르파~대행사~관광청~헬기업체~병원으로 이어지는 카르텔, 셰르파족의 업계 독점, 환경오염문제, 가이드인증제 등이 그것이다.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정부와 국제사회의 감시 속에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정착된 업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억측과 과도한 내정간섭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