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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청와대까지, '케이블카 반대' 행진
설악산에서 청와대까지, '케이블카 반대' 행진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9.07.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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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설악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에 나섰다. 

1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 등 회원 30여 명은 양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정식과 결의문 낭독을 했다.

출정식에서 회원들은 "지난 2015년 8월,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승인했고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며 최선을 다해 불법적인 사업추진을 막아 왔다"며 "오는 8월 환경부는 사업자가 제출한 최종 환경영향평가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에 있으며 우리는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시키기 위해 또다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16일 양양군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 출정식. 사진 배성우
16일 양양군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 출정식. 사진 배성우

 

한편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검토한 결과 식생 현지조사 등이 실제 공사구간이 아닌 주변지역에서 실시돼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조사지점에 분포하는 식물의 종류 등을 조사하는 식생조사와 수목의 지름 등이 대부분 불일치했으며 상부정류장에 서식하는 희귀식물도 평가서에는 4종으로 보고됐지만 환경청의 조사 결과 더 많은 것들이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며 양양군이 2016년 제출한 평가서를 원주지방환경청이 보완요청해 지난 5월 보완서를 제출했지만 이번 결과로 다시 환경부의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16일 설악산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오색 케이블카 하부 정류장 예정지~한계령~인제~신남 등을 거쳐 22일 홍천군청에서 설악산케이블카 백지화 연대 문화재를 열며 24일에는 강원도청 앞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 규탄 행사를 하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아래는 출정 선언문 전문.

 

설악산 케이블카,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이제 환경부의 마지막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설악산을 파괴하려는 토건의 악랄함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다. 우리는 2015년 8월의 국립공원위원회를 기억한다. 회의장을 나서며 비웃음 짓던 정권의 부역자들 얼굴이 떠오른다.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들의 그 오만함은 실패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설악산은 지켜지고 있다.

비록 힘은 적고 보잘것없었지만, 우리는 사무치는 간절함으로 맞서왔다. 감히 무엇이 옳은지 알고 삶에서 무엇이 가장 큰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항을 시작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저항의 결의를 밝히고 청와대로 출정한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완전백지화되는 날,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백지화를 위한 우리의 결의>

하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되기까지

우리는 끝끝내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삶을 걸고 저항할 것이다. 뭇 생명과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살기 위해 간절함으로 몸을 던져 저항할 것이다. 대청봉에 깊이 팬 상처가 아물고 푸른 나무들이 가득할 때까지 저항할 것이다. 설악산에 깃들어 사는 생명이 마음 놓고 살아갈 때까지 저항할 것이다. 숲속에서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침묵의 숲이 되지 않도록 저항할 것이다. 한겨울 눈 위에 짐승들의 발자국이 없는 황량하고 쓸쓸함을 견딜 수 없기에 저항할 것이다.

하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되기까지

우리는 어두운 밤 산길을 갈 때 소리 없이 다가와 부드럽게 나를 스치는 생명의 감촉을 잊을 수 없기에 저항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 어린 짐승의 투정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절망의 때를 맞이할 수 없기에 저항할 것이다. 바위 밑에 앉아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내 곁에 산양이 뛰어들기를 꿈꾸며 저항할 것이다. 깊은 눈을 헤치고 지나간 멧돼지의 훅훅하는 숨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저항할 것이다.

하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되기까지

우리는 숲속에 들어 나무통을 두드리는 딱따구리의 두드림 소리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기에 저항할 것이다.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도 꼿꼿하게 서서 견디는 나무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저항할 것이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누었다 다시 일어서는 풀꽃을 보고 싶기에 저항할 것이다. 무리 지어 피어나 하늘 꽃밭을 이루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기에 저항할 것이다.

하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되기까지

우리는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아름다움조차도 누릴 수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기에 저항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지를 알기에 저항할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 되어 대청봉에 올라 정상의 존엄성과 외경심에 빠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저항할 것이다. 설악산이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우리들의 삶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며 저항할 것이다. 신이 바라본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잃고 싶지 않기에 저항할 것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기에 저항할 것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모두 뜨겁게 분노하고 저항하며 나아가자!

2019년 7월 1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강원행동 /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