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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은 왜 설악산의 운명에 저항하지 않나요?”
“산악인은 왜 설악산의 운명에 저항하지 않나요?”
  • 송희원 기자
  • 승인 2019.08.2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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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농성 중인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
이달 말 환경부 최종 결정... 양양~청와대 도보순례 이후 마지막 저항

서울역 서울스퀘어 빌딩 앞에는 백패킹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란 텐트 몇 동이 설치돼 있다. 지난 8월 6일부터 계속되어온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농성 현장이다. 왕복 16차선 도로에서 20여 일 넘게 노숙을 하고 있는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 24시간 소음과 먼지가 발생하는 열악한 환경에도 이곳에 자리를 편 이유는 환경부 서울사무소가 서울스퀘어 5층에 있기 때문.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는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1,480m)까지 3.5km 구간을 케이블카로 잇는 사업이다.

2012년,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이 두 차례 부결됐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조건부 승인을 내리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후 양양군과 시민·환경 단체가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놓고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왔고 오는 8월 말 이 사업에 대한 환경부 ‘동의, 부동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행동' 회원·환경단체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백지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산양 및 멸종 위기종 보호 문제 ▲상부정류장 주변 식생 보호 문제 ▲강풍으로 발생하는 케이블카 안전 문제 ▲운용 경제성 문제 등을 골자로 한다.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이득은 건설업자에게만 돌아갈 것인데 설치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박그림 대표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운데)는 지난 8월6일부터 서울스퀘어 앞에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피켓을 들었다.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운데)는 지난 8월6일부터 서울스퀘어 앞에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피켓을 들었다.

Q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반대 농성은 어떻게 진행돼 왔나?

A 강원도청, 원주지방환경청, 광화문에서 농성을 해왔다. 지난 7월15일에는 양양군청에서 청와대까지 200km의 도보순례를 한 뒤 7월17일 청와대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 지역주민, 일반 시민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까지 시위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심을 촉구해왔다.

Q 지난 16일에 열렸던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에서 부동의 의견이 우세했던 것처럼 8월 말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최종 결정도 부동의로 결론 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A 전체적인 흐름이 희망적이어서 힘을 얻는다. 하지만 아직도 변수는 남아있다. 그동안 두 번이나 케이블카 설치가 취소됐지만 계속 결과가 뒤집혔다. 따라서 이번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설악산오색케이블카는 물론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 내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도록 끝까지 싸워야 한다.

Q 이번 농성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나?

A 일반 시민, 단체들에서 일인시위로 동참하고 있다.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신부님들이 오셔서 미사도 드리고 있다. 하지만 유독 산악관련 단체에서만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대학산악연맹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악단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산악인들에게는 설악산이 ‘어머니 산’이지 않은가. 거기서 훈련을 하고 실력을 키워서 히말라야 같은 해외 산을 가는 게 아닌가. 어머니와 같은 산이 지금 케이블카 설치 위험에 봉착해 있는데도 산악인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 그건 설악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악산은 단지 해외원정을 가기 위한 하나의 훈련 대상지일 뿐인가? 그게 아니라면, 왜 행동하지 않는가? 케이블카와 같은 문제가 대두됐을 때 산악인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서 왜 충분히 저항하지 않는가? 그걸 묻고 싶다.

Q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최종 부동의 된다면 다른 지역 케이블카 설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나?

A 전국적으로 많은 산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논의된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존지역, 백두대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많은 규제와 법령에 의해 엄격히 보호되고 있다. 만약 이런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놓인다면 다른 산에도 설치되는 건 시간문제다.

지금 산에는 데크, 계단 등 너무나 많은 인공시설이 들어서 있다. 국립공원만큼이라도 국립공원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산을 지켜서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