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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위스 케이블카 경제효과 1조 6천억’ 운운하는 월간 산을 보며
[칼럼] ‘스위스 케이블카 경제효과 1조 6천억’ 운운하는 월간 산을 보며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9.09.2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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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보수적인 지역신문이거나 경제신문에나 나올만한 제목의 기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잡지의 인터넷 판 메인화면에 실려 있었다. 

9월 23일자 월간 산 기사 ‘스위스, 케이블카 2,480개 운영하며 年 1조 6,000억 효과’는 지난 9월 16일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으로 막을 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산에 대한 반발로 해외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스위스에서 2480여 개의 케이블카를 통해 1조 6천억 원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지금까지 찬성쪽에서 주장해온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뉴스란 ‘언론기관이 소재한 공동체에 의미가 있고 이해관계가 있는 최근에 인지한 사건’을 뜻한다. 50년 전 창간사에서 ‘산악인의 생각과 감정, 행동, 희망을 거리낌 없이 펴고 알리는 대화의 광장’이 되겠다던 월간 산의 공동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지난 50년간 우리 산을 오르며 그 모습을 전달하고 그로 인해 매체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운영되어온 전문지가 자신의 배경을 스스로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것이 맞는 일인가. 언론의 자유 환경에서 어느 매체라도, 어떤 생각이라도 쓸 수 있지만 적어도 월간 산이라면, 산과 산악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있다면 쓰지 말았어야할 기사였다. 

 
뿐만 아니다. 기사는 팩트조차 틀려있었다. ‘38년에 걸친 공방 끝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사업이 결국 ‘사업 추진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의 리드문장은 마치 설악산 케이블카가 사업 추진이 38년간이나 지속되어온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1982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야기하는 위정자들에게서 간헐적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며, 이때마다 환경을 생각하는 선각자들과 산악인들의 희생을 불사한 눈물겨운 반대 노력에 막혀 매번 필사적으로 저지된 것이지 지속되어온 것이 아니다.

2014년 전경련이 제시했던 설악산 산악종합관광계획.

이번 논란도 지난 201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시작된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허가 요청에 따라 그해 8월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관광 활성화를 지시하며 시작돼 지금까지 끌어온 것인데 그 1년 전만해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강원도의 사업신청을 불허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에 따라 정부의 태도가 돌변하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때문에 환경부의 부동의는 앞으로 정권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동의로 돌아설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며, 따라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불가에 대한 내용을 법으로 규정하기 전까지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2015년 10월 25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며 행진하고 있는 산악인들. 사진 정광식 페이스북.
2015년 10월 25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며 행진하고 있는 산악인들. 사진 정광식 페이스북.

 
‘부동의 후폭풍으로 인해 해외 케이블카 사례 관심 높아져’라는 소제목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관심이 높아졌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타 매체의 기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를 낸 월간 산이 해외 케이블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싶었던 건지도.

스위스 케이블카에 대한 통계에 대해서도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에 자문해본 결과 ▶스위스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으며 케이블카가 운영되는 곳은 스키장과 관광지이다. ▶일본의 국립공원에도 1970년 츄부산가쿠 국립공원에 신호타카 로프웨이가 설치된 이후 더 이상 케이블카를 놓은 경우가 없다. ▶선진국의 산악 국립공원에는 2000년대 이후로 케이블카가 설치된 경우가 없으며 오히려 철거하는 추세라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스위스’라는 나라가 주는 선진국의 이미지, 그리고 ‘1조6천억’이라는 거액을 예로 들며 얄팍한 경제논리로 의제를 설정해 독자를 정치적으로 호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5년 8월 22일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산악인들. 사진 정광식 페이스북
2015년 8월 22일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산악인들. 당시 원로산악인 김영도 선생도 함께 했다. 사진 정광식 페이스북

 

기사에서 통계와 사실의 나열을 뒷받침하는 인터뷰, 즉 따옴표 안의 문장은 단 두 개 뿐이었다. 정준화 친환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퇴진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는 말과 김진하 양양군수의 기자회견문을 인용한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전체 원고지 9매 분량의 기사에서 케이블카를 반대해온 사람들의 의견은 단 2줄이었다. 공정보도의 원칙을 말하기 전에 객관적이라고도 볼 수 없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