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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암장에서 등반자가 추락 사망했다면?
실내 암장에서 등반자가 추락 사망했다면?
  • 임덕용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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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례로 보는 등반에서의 안전 원칙

실내 암장에서 등반자가 추락 사망했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연 암장이나 빙벽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도 경찰 조사는 물론 당장 입산 금지 조치가 생기곤 했던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데 실내 인공 암장에서 사망 사건이 일어난다면 사고 암장의 폐쇄는 물론 전국적으로 암장을 단속(?)하는 일도 생기지 말란 법은 없다.

이태리에서 가장 큰 실내암장은 볼차노(Bolzano)에 있다. 이곳은 동시에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사람이 250명이나 되지만 최근 안전 사고에 대비해 180명으로 정원 제한을 하고 있다. 날씨가 나쁜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볼더링은 물론 리드벽은 12m에서 최대 28m까지 등반을 할 수 있고 2개의 자동 확보 장치와 스피드 클라이밍 연습을 위한 자동 빌레이 장치도 있다.

한쪽 거대한 벽이 커튼 형식으로 되어 있어 날이 좋은 날에는 위로 올라가면 바람이 불고 건너편 산이 시원하게 보여 자연 암장에서 인공 홀드로 등반하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야콥 뮬러의 생전 등반 모습. 사진 임덕용
야콥 뮬러의 생전 등반 모습. 사진 임덕용

야콥 뮬러(Jacop Muller, 70세)는 55년 이상 등반을 했고 고산 경험도 많다. 그는 항상 등반 출발 전에 파트너 체크를 확실히 두 번 이상 하는 사람이었다.

필자와 자연 암장은 물론 인공 암장에서도 선등할 경우 자신의 로프 매듭을 나에게 보여주고 확인을 받았고 내 확보기(여러 종류의 확보기를 모두)에 로프가 잘 들어가 있는지는 물론 심지어 자신의 로프를 잡아당겨 보면서 확보기가 잘 작동하는지까지 테스트 해보는 매우 세심한 성격이었다.

주 3회 실내암장에서 운동하던 야콥은 지난 2월 23일 오후 5시 45분에도 여느 때처럼 클라이밍을 하고 있었고, 12m 벽에서 확보 지점에 로프를 거는 순간 추락했다. 그는 확보자의 자동 빌레이 장치에 잡혔지만 바닥까지 떨어졌고 몇 분 만에 사망했다.

당시 암장 관리자는 즉시 야콥에게 달려갔고 야콥은 살아있었지만 얼굴이 매우 노랗게 변해 있었다. 경험이 많은 암장 관리자는 피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알았고 야콥의 배가 매우 커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전벨트에 로프는 연결이 안 되어 있었고 로프는 자동 확보기에만 걸려있었다.

즉시 구급차를 부르고 인공호흡을 시도하던 중, 5분이 안 되어 구급대가 도착했고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차로 옮기는 순간 사망했다. 내장 파열이 원인이었다. 모든 피가 배 안에서 터졌기에 암장 관리자는 허리 벨트까지 풀어서 응급 조치를 했지만 야콥은 그렇게 그가 좋아하던 산으로 허망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야콥 가족들은 장례식도 못 치르고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부검 후 모든 원인이 규명이 된 3월 1일에야 장례식을 치른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이태리가 한국과 다른 점은 분명 있었다.

추락 사망사고가 난 볼차노의 실내암장 벽에 붙은 안내문.
추락 사망사고가 난 볼차노의 실내암장 벽에 붙은 경찰의 안내문.

사고가 일어난 순간부터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암장이 공권력에 의해 문을 닫기는커녕 등반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고가 난 루트에는 경찰이 설치한 안내 공지판과 3m정도 등반 중지 표시 체인을 설치한 것 이외에는 모든 게 그대로였다.

사고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평소처럼 등반을 했고 그의 친구들은 사고 지점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이다.

사고 현장의 모습.
사고 현장의 모습.

산악인은 산에 가기 위해 집에서 나서는 순간 리스크라는 짐을 지고 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 리스크가 한 순간 나의 방심이나 아주 기초적인 실수에서 생긴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지난 가을 미국인 부부와 등반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파트너 체크를 하나 유심하게 관찰했다. 부부간 서로 로프와 확보기는 물론 암벽화는 잘 조여 있고 옷의 지퍼가 열려 있는가까지 눈과 그리고 말로 확인한 후 등반을 시작하고 마무리했었다.

미국인들은 등반 사고시 변호사를 끼고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럽의 경우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산에서의 사고 시 가이드와 손님간의 법적 문제가 없었지만 1971년 손님으로 온 미국인이 유럽 가이드와 등반하다 사고가 난 이후 소송을 하며 이 같은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내 암장 사고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안 하고, 아니 있는지도 모르는 파트너 체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지난 가을 악우회 알프스 돌로미테 원정대는 매 등반 때마다 귀가 따가운 정도로 파트너 체크를 강조했고 숙지를 했다.

 

벽 등반 파트너 체크 10계명

1. 나의 장비 착장이나 등반 준비 상태를 차분하게 스스로 점검한다.

2. 파트너가 나의 장비와 등반 준비를 재 점검해 준다. (특히 로프 매듭과 휴대 장비)

3. 나는 확보자의 확보 장비에 로프가 원칙대로 걸려 있는지 확인하고 로프를 당겨서 확보기가 작동하는지를 재확인, 확보자가 나의 확보를 잘 볼 수 있는지 재확인한다.

4. 선등자가 출발하기 전에 서로 파트너 체크를 했는지 꼭 눈과 말로 재확인을 한다.

5. 후등자는 선등자가 오르는 동안 퀵드로에 로프가 잘 들어가는지를 눈과 귀로 확인한다.

6. 선등자가 클립을 하는 순간 후등자는 로프를 살짝 잡아당겨 로프가 원칙대로 퀵드로에 잘 들어갔는지 재확인한다. (이때 선등자는 로프가 살짝 당겨지는 느낌을 받으며 확보자가 나의 확보를 잘 보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카라비너가 노후한 경우 개폐구가 잘 안 닫힐 수 있는데 이때 로프를 당겨 주면 잠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선등자에게 등반의 용기를 심어 준다는 것)

7. 6번 사항은 매우 중요하다. 선등자와 후등자가 안 보이는 구간에서도 로프로 서로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추락 길이를 최대한 작게 해주어 큰 사고를 방지한다.

8. 선등자가 출발해서 4~5번째 볼트 등 확보 지점에 로프를 걸기 전에는 확보자는 선등자 출발 지점에서 고개가 아파도 대기해서 추락 시 충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전에 추락하면 95% 이상 바닥까지 추락한다.

9. 선등자가 확보 지점에 도착했다는 명확한 사인이 있어야만 확보기를 하강 모드로 전환한다.

10. 확보자는 가능한 장갑을 끼지 말고 최대한 천천히 선등자의 로프를 풀어주며 꼭 눈으로 하강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안전하게 하강을 하도록 한다. 국내 경우 가장 안 지키는 상황임, 마치 하강 스피드 경기처럼 서커스 수준으로 빨리 하강시킨다. 이때 자동 확보기 안에 작은 모래나 돌 덩어리가 들어 있을 경우 로프가 얼마나 상하는지 상상해 보아라. 특히 선등자가 땅에 닫기 3~5m 전부터는 최대한 천천히 착지하도록 한다.

유럽의 실내 암장에 게시되어있는 등반 안전 매뉴얼.
유럽의 실내 암장에 게시되어있는 등반 안전 매뉴얼.

확보용 장갑은 과연 필요한가?

드라이 툴링이나 인공 등반의 경우가 아니면 장갑 착용은 매우 부적절하다. 나의 편안함을 위한 확보용 장갑인가 아니면 상대를 위한 장갑인가? 분명한 답은 나를 위한 장갑이다. 로프를 빨리 하강시킬 때 내 손이 뜨겁지 않게 해야하고 혹시 선등자 추락 시 내 손을 안 다치기 위한 자신 방어용 장갑이다. 유럽에서 확보 시 장갑을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장갑을 끼고 확보를 본다면 상대에 대한 거부(?)이거나 등반 예의가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섹스를 하는데 장갑을 끼고 애무를 한다면 변태이다. 상대의 촉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나를 위해서 과연 장갑을 낄까? 장갑을 사용 안하고 로프를 다루어야만 손바닥의 촉감이 가장 민감해지며, 이 등반자 간의 언어를 서로 안 보이는 지점에서도 느껴야만 진정한 등반 파트너이다.

하강용 장갑도 필자의 경우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산 의류 용품 전문 디자이너로 근 40년 경험 상 어느 아웃도어 브랜드도 확보용, 하강용 등반 장갑을 만들지 않는다. 장갑은 추위와 벽 상태와 등반 방법의 차이에 따라 손을 보호하는 장비이고 로프는 손의 민감한 촉감이 있어야만 한다.

 

왜 로프 카페트는 필요한가?

스포츠 클라이밍이 활성화되면서 등반 장비가 이에 맞게 개발되었다. 가장 발전한 것은 자동 확보기이다. 배낭도 로프와 간단한 장비만 휴대하는 로프 백 위주로 변경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로프 카페트이다. 그러나 이 로프 카페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고 있는 한국 클라이머들은 별로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 많이 사용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유럽 경우 로프 카페트는 자연 암장이나 인공 암장에서도 100% 사용한다. 그 이유는 로프를 감아서 싸고 배낭에 넣고 빼기 쉬워서가 아니다. 루트간 이동 시 간단하게 로프를 들고 다니기 쉬워서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로프를 보호하는 것이다.

최근 개발 된 자동 확보기는 정말 감탄할 정도로 미세한 충격에도 로프를 잘 잡아준다. 그만큼 확보기와 로프 사이의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흙, 모래, 돌 가루가 이 틈에 들어가 있는데 하강 시 로프를 엄청난 속도로 쓸어내린다면 로프가 얼마나 톱으로 갈고 칼로 로프 표면를 자르는 일일지 상상해 보아라.

이런 이물질이 로프에 안 묻게 하기 위해서 로프 카페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용법도 있다. 대부분 로프 카페트 사각 구석에는 4개의 웨빙이 있다. 로프를 넣어서 이동 시 손으로 잡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4개의 손잡이 중 하나는 다른 색인 경우가 많다. 라스포르티바, 그리벨의 경우는 노란색 웨빙이 하나 있고 클라이밍 테크놀로지는 오렌지색이 하나 있다. 각 브랜드 상징 색의 웨빙이 하나씩 있는 셈.

로프 카페트 모서리에 로프 끝을 묶는 것은 등반 전 기본이다.
로프 카페트 모서리에 로프 끝을 묶는 것은 등반 전 기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색으로 강조해 눈에 잘 띄라는 것이다. 선등자가 출발하기 전에 반대편 로프 끝을 로프 카페트의 웨빙에 묶으라는 신호인 것.

이렇게 하면 선등자 추락시 또는 하강시 아니면 로프가 짧아서 로프 끝이 확보기를 지나 빠질 경우에도 지면추락을 방지할 수 있다. 로프 카페트가 확보기에 걸려서 로프가 확보기에서 완전히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이 숙지되어야 하고 항상 이런 기초를 꼭 지켜야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스포츠 클라이밍 공인 교수가 있고 이들은 등반, 인체공학, 기본적인 의학 및 아동 심리학 교육까지 이수해야 한다. 실기 시험에서 아무리 5.15급을 등반하는 유명한 클라이머라고 해도 로프 카페트 끝에 로프를 묶지 않고 등반을 시작하거나 확보를 본다면 그 자리에서 실격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기본을 지킨다고 해도 사고는 나고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야콥 뮬러가 등반을 할 때 나는 옆에 없었지만 그는 평소 습관처럼 로프 매듭을 확인했을 것이고 확보자의 확보기에 걸려 있던 자신의 로프를 당겨보며 웃으며 출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추락 순간 로프가 어설프게 매듭되어 있었다면…. 벽 앞에서는 70세가 아닌 7살처럼 매일 등반을 한다며 좋아하던 야콥이 웃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로프는 파트너의 확보기에 걸려있었고 그는 추락했고 안전벨트에서 로프는 없었다. 나는 지금 그의 장례식에서 가족에게 선물할 그의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들고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론은 충분히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동생이며 나의 등반 파트너이기도 한 에른스트 뮬러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방금 전해주었다. 에른스트가 나를 껴안고 울며 한 말이다.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야콥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철두철미했던 소년의 로프는 왜 풀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