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05 22:46 (수)
등반 중에는 로프로 전화하세요
등반 중에는 로프로 전화하세요
  • 임덕용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5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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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중 소리지르며 구호 외칠 필요가 있을까?
로프 이용해 등반자-확보자 간 의사 전달할 수 있어

“지난해 가을 볼차노에 있는 사레와 실내 암장을 방문하였는데 한번에 200명은 등반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웬만한 대형 실내 암장보다 1.5배는 커보였다.

이곳에서 4시간 정도 운동했는데 등반하는 사람들은 등반에 집중하고 매우 열정적이지만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등반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소음과 고함소리로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다. 국내 실내외 암장에서는 등반자가 서투르면 상급자가 모든 자세에 대해서 시끄럽게 코치를 해주곤 하는데 여기는 거의 아무 말도 안 해주는 것에 매우 놀랐다. 등반자가 알아서 느끼고 배우도록 배려를 하는 것일까? 더욱이 확보를 위해 소리치는 등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귀국 길에 프리 클라이밍의 성지인 아르코에서 등반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문한 암장은 코스 안내판도 조감도로 잘 설치되어 있었고 간현 암장의 안내판보다 두 배 정도 컸다. 또 몸을 푸는 여러 운동기구가 올리브 나무 사이에 있었다.

등반을 하면서도 현지인이 너무 조용하니 유럽 사람들의 등반 방식이 궁금했다. 멀티 피치 등반 시 더블 로프를 사용하면서 등반자간 확보에 관한 대화는 로프 전화기로 하고 있었다.” (악우회 이재하 회장)

 

“로프 신호, 즉 로프를 흔들어 신호를 보내는건데 전화기처럼 신호를 주고받는 법을 더그리 형에게 배웠다. 처음에 숙달이 안된 상태에서는 과연 신호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의심이 가기도 하였고 이내 습관처럼 출발, 완료, 대기 등 입에 붙은 구호로 소리 지르기도 했다. 반면에 옆 외국 팀이 조용히 등반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바위 시즌이 되면 국내 어느 팀 누구랄 것도 없이 등반하는 팀원들 간 선등과 세컨드, 서드, 라스트에 이르기까지 등반하는 내내 서로 목소리 높여 신호를 보내고, 혹은 무전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선등자가 자기확보 했는지, 빌레이 준비를 했는지, 자신이 등반 준비를 해야 하는지, 빌레이 해제를 해야 하는지 등 반복되는 시스템이지만 등반이 완료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 대화로 전달하는 방법이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소리를 듣고 확인을 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

등산학교에 입교해 첫 수업을 받을 때부터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배웠기 때문인 걸까? 가장 정확히 전달될지 몰라도 소음 공해 수준까지 갈 정도로 시끄러운 암장이 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벽에 바람이 세어 의사 전달이 안 되고 자연 환경이 다른 거벽에서는, 상대가 전혀 보이지 않은 곳에서는 어떻게 의사 전달을 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덕용 형님과 함께 등반하며 더블 로프 사용법과 로프 전화기로 전화하고 신호를 보내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국내 등반에서도 우리 악우회가 선구적으로 스스로 앞장서 실천하면 어떨까 한다” (악우회 최영숙 대원)

 

“에귀 디 미다 남벽 등반 시작을 했다. 조용한 남벽에서 우리 한국팀만 소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출발, 확보, 완료, 잠시 대기’ 얼마나 소리가 큰지 당일 워킹 팀이 멀리 케이블카를 타고 지나가며 우리가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옆 뉴질랜드 등반대가 같이 등반하고 있는데 일절 소리를 지르지 않고 너무나 조용하게 등반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로프로 출발 확보 완료 신호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샤모니 가이앙 암장이나, 돌로미테의 암벽 등반이나, 볼차노 살레와 외벽 암장에서 등반 할 때에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클라이머 중 큰 소리로 코칭하고 확보 확인 등을 한 사람은 우리들 뿐이었다.

유럽은 등산학교 때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등산학교부터 등반 예절교육을 했으면 하며 특히 형에게 배운 로프로 전화하는 법이 하루 빨리 국내에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악우회 차송만 대원)

 

31년 간 이탈리아에 살면서 가끔 한국에 가서 깜짝 놀라는 일이 많다. 길을 걸어가다가 앞에 오는 사람들을 보고 ‘앗, 한국 사람이다, 왜 이렇게 많이 있지?’ “앗 한글 간판이 있네?’ 그러나 옆이나 뒤에서 한국말이 들리면 고개를 돌려 ‘아, 한국이네’ 하고 반갑게 들여다보기 일쑤이다.

내가 한국에 있다는 실감이 나는 것은 두 가지이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은 며칠이면 잊혀지는데 한국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 자동판매기 커피가 목을 넘어갈 때와 작은 야쿠르트가 목구멍을 지나갈 때 ‘우와, 내가 한국에 있구나’ 실감을 다시한다.

30~40년 전에는 등반을 잘했다고 자랑하던 화강암 슬랩에서 벌벌 떨면서 이를 몇 번이고 깨물면서 리딩할 때도 한국에 온 실감을 톡톡히 한다. 모두 기분 좋게 한국을 맞이하는 나만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가장 짜증나고 어떨 때는 화까지 나는 ‘여기가 한국이다’ 절감하는 일이 있다.

어느 암장에를 가나 시끄럽다 못해 머리가 어지럽다. 반가운 인사와 수다는 정겹지만 확보 때 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는 것은 정말 못 참을 것 같다. 몇 후배들이 자기 팀은 소리를 안 지른다며 무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고 나에게도 무전기 사용을 권유했다.

“여기는 공격조 몇 캠프…” 하고 사용해 본적은 있지만 인수봉이나 선인봉에서 무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등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전기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조용하지만 무전기가 가끔 “찌익 찌익” 하는 소리는 멀리 캠프장이나 다른 루트에서 들릴 정도이다. 아마 무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 심각한 공해인줄 모르는 것 같다.

유럽 프리 클라이밍의 성지 이탈리아 아르코
유럽 프리 클라이밍의 성지 이탈리아 아르코

유럽에서는 로프로 전화를 한다. 소리도 전혀 내지 않고 전화로 확보 상황을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한다. 큰 벽이나 작은 벽이나 서로 안 보이는 각도와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멀티 등반에서는 더블 로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블 로프로 전화하는 법을 소개한다.

더블 로프는 대부분 두 가지 색으로 서로 구분되어 있어서 등반을 시작하기 전에 무슨 색으로 전화를 할 것 인가 서로 약속을 한다. 정확하게 서로 말로 눈으로 약속을 해야 한다. 선등자가 올라가서 확보를 하면 전화기용 로프를 2~3번 잡아당긴다.

확보자가 전화가 오기 전에도 집중을 한다면 선등자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색의 로프 중 하나는 축 쳐지고 하나는 올라가서 안 움직이면 도착한 것이다. 조용히 기다리면 선등자의 확보 완료 전화가 온다. 응답은 두 줄을 후등자가 2~3번 적당한 세기로 잡아 당기면 선등자는 후등자가 인지했다는 것을 안다.

선등자는 확보 지점에 데이지 체인을 먼저 걸고 다시 다른 잠금 카라비너에 로프를 매듭해서 자기 확보를 하는데 시간이 적당히 걸린다. 물론 신발을 벗는 경우도 있고 물을 마실 경우도 있을 것이다. 후등자도 그 시간에 신발을 신거나 간식을 먹거나 장비 점검을 하며 기다린다.

선등자가 후등자 등반 준비를 기다리다가 후등자 올릴 준비가 끝나면 두 줄을 두 번 세게 잡아 올리고 후등자는 다시 로프를 아래로 3~5초 정도 세게 잡아당기면 후등자가 등반 준비 완료라는 것을 안다. 만약 등반 준비가 아직 안 되었다면 로프를 건드리지 않는다.

몇 번만 파트너와 연습하면 너무나 쉽다. 싱글 로프를 사용할 경우에는 더 쉽다. 어느 색이라고 정할 필요도 없이 위와 같이 정확하게 전화를 하고 응답을 하면 된다. 바람이 세게 불고 악천후 속에서 부득이 등반을 하는 경우 이렇게 전화를 하면 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전달이 안 되어 서로의 실수로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셀라 1봉을 등반 중인 악우회 회원들.
셀라 1봉을 등반 중인 악우회 회원들.

다음에 한국에 가서 등반을 할 때 암장이 이렇게 조용하다면 한국이 아닌줄 착각할지 몰라도 제발 악바리처럼 소리지르는 것만은 안 듣고 안 보았으면 좋겠다. 한 수 높다고 여기 잡아라 저기 밟아라 하는 것도 상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생각의 기회를 꺾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아무리 해도 해결이 도저히 안될 경우 원 터치 레슨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고수처럼 잘난척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온 동네 암장사람 다 들으라고 내가 이렇게 등반을 잘한다고 자랑하는게 아니라면, 입과 몸, 마음, 행동이 무거울수록 진짜 고수인 것.